주유소 내 전기차 설치를 제한하던 규제가 풀린다. 개인 소유 전기차 충전기의 공유 서비스가 허용되며 전기차 보급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지정, 규제를 면제한다. 아울러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충전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개선하며 수소차 셀프충전소도 허용된다.
정부는 5일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공개했다.
전기·수소차 인프라 개선…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 완화
정부는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확산에 앞서 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기 위해 그간 충전소 설치에 걸림돌이 됐던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가능하도록 주유소 배치 구도와 안전조치 상황에 따라 전기차 충전설비 위치를 선정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개선한다.
지금은 주유소에서 주유설비나 세차장 등 부대업무 시설을 제외하고 다른 건축물 등의 설치가 불가능하다.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함께 운용하고 싶어도 충전설비와 주유기를 1m 이상 떨어뜨려야 했다. 이 때문에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놓고 싶어도 주유기와 떨어진 주유소 한켠에 별도 건축물 없이 설치하는 것만 가능하다. 정부는 타당성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주유소 내 이격거리 관련 기준을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가능하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이 설치해 사용하는 전기차 충전기를 공유플랫폼 사업자에게 위탁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내년 12월까지 충전 인프라 공유 플랫폼 임시허가를 진행 중이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도 충전·판매할 수 있는 방안도 찾는다. 충전사업자는 재생에너지발전설비로 생산한 전기로 충전사업을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전력수급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전기차 뿐 아니라 수소차 충전 관련 규제도 손본다. 수소차 충전소 충전대상에 자동차뿐 아니라 지게차 등 실내물류운반기계 등도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직원을 통해서만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었던 것도 셀프충전소 운영이 가능하도록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친다.
전기차 배터리 2040년까지 80배↑…'순환자원' 인정해 재활용 방안 찾는다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활용 방안도 찾는다. 전기차 배터리는 용량이 초기용량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지면 교체가 불가피해 수명이 생산 후 5~20년 정도다. 전기차가 늘어남에 따라 전기차 폐배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자원순환기본법을 개정해 ‘순환자원 선인정제’를 도입한 뒤 이를 통해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순환자원이 되면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안 받는다. 현재는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 등이 무해성과 경제성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해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인정받으면 폐기물이 순환자원이 된다. 선인정제는 특정 폐기물에 대해선 신청 없이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목표(362만대)를 고려했을 때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발생하는 폐배터리는 42만개에 달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 추산으론 전 세계에서 수명을 다하는 폐배터리는 2025년 42GWh에서 2040년 3455GWh로 80배 늘어난다. 폐차되는 전기차가 2040년 54만대(배터리 전기차와 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포함)에서 2040년 4636만대로 급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 세계적으로 22억8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BMW나 아우디 등 유명 자동차 제조사는 폐배터리로 모바일 전원장치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만드는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10개사가 총 5만톤 규모로 재활용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폐배터리 관련해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 16건이 진행되고 있다. 새 배터리를 만들 때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폐배터리를 땅에 묻으면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는 자동차관리법을 고쳐 전기차 등록 시 배터리를 별도로 등록하게 하는 한편 배터리 ‘제작-등록-운행·탈거·재사용·재활용’ 등 전주기 이력을 ‘공공데이터베이스’에 담아 관리키로 했다. 데이터베이스 일부는 보험사와 업계에 공개할 방침이다. 배터리가 차와 별개로 독자 유통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 임대와 재활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배터리 전류·전압·온도 등을 측정해 충·방전과 잔여량을 제어하는 내부제어시스템 정보를 제작사 등이 공유하게 만들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폐배터리 진단·검사 때나 폐배터리로 ESS 등을 만들 때 내부제어시스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럽연합(EU) 등이 배터리 제조 시 재생원료를 일정 비율 사용하도록 2030년부터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해 환경성적표지를 인증받은 배터리 환경성 정보에 재생원료 사용률을 포함하는 등 인증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재생원료를 사용한 배터리나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제품이 공공조달 시 우대받을 수 있도록 우수재활용제품(GR) 인증 대상에 포함한다.
정부는 하반기 내 업계가 중심인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조직해 내년 상반기까지 업계 차원의 ‘사용 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와 지원방안’ 초안을 마련토록 유도하기로도 했다. 정부안은 업계안을 바탕으로 별도로 마련한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제조·수입업자도 폐기물 분담금 감면
폐플라스틱 열분해 관련 규제도 손본다. 정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등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유형’에 추가하고 열분해유 제조시설과 열분해 소각시설을 분리해 제조시설은 재활용 시설로 설치·검사기준을 간소화해주기로 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는 산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폐플라스틱에 300~800도 열을 가해 가스와 오일 등으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정부는 열분해와 같이 화학적으로 재활용된 플라스틱 제품 제조·수입업자에게도 내년부터 폐기물 분담금을 감면할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지원금 단가를 높이고 고품질 폐플라스틱이 확보되도록 EPR 지원금 구조를 개편한다. 현재 열분해 방식으로 재활용할 때 폐기물 지원 단가는 kg당 173원이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EPR제도에 따른 지원금 구조를 앞으로 조금 더 고부가가치성인 화학적 재활용 쪽에 메리트를 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외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방식도 녹색분류체계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다는 것은 ‘국가가 인정하는 녹색경제활동’이 된다는 의미로 녹색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또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용기에 ‘재생원료 사용비율’ 표시를 허용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