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호 혁신안 발표를 미뤘다. 당초 공직후보자기초자격시험(PPAT) 적용 대상을 국회의원·광역단체장 후보자로 넓히는 안건을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도부 부재 속 민감한 공천제도를 건드리는 것이 내부 혼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김종혁 혁신위 대변인은 5일 3시간여의 전체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2호 혁신안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비대위원들이 다 사퇴하고 지도부가 공백인 상태에서 (혁신)안을 던지는 것이 새 지도부에 부담을 드리는 것 같다”며 “8일이면 다음 지도부가 만들어지니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혁신위가 이날 PPAT 범위를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후보자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이 나왔다. 2024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PPAT에서 일정 점수를 받아야 공천심사 자격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PPAT는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적으로 도입한 정책이다. 올해 6·1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 의원 전원을 상대로 처음 시행됐다. 당헌당규, 대북정책, 공직선거법,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외교·안보, 안전과 사회 등 6가지 과목에 대한 필기 시험을 치른다.
혁신위 내부적으로도 PPAT 확대 추진에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원을 겸직하는 김미애 의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PPAT 자체가 피선거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등 위헌적일 수 있다”며 “성급하게 추진했으니 한 번 (부작용) 평가를 해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정말 지역에서 봉사 헌신을 했고, 덕망이 높은 사람들도 (선출직 공직자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것이 있으면 처음부터 위축 당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 부합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혁신위원 겸 국회의원은 “국민이 이미 뽑아준 의원에 대해 (PPAT를 응시하라는 등) 자격을 논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새로 들어온 당원에 한해 적용시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한 당이 이 전 대표와 전면전을 치르는 와중에 이 전 대표의 유산인 PPAT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 여론도 걸림돌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변인은 PPAT 확대 논의에 대해 “만장일치는 아니었다”며 “민주주의에 합당한지 등 철학적 논의가 있었고, 선출직에는 이같은 자격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이달 19일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고 2차 개혁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6월 말 출범한 혁신위는 지난달 22일 공천 후보자 부적격 심사 기능을 윤리위원회에 부여해 공천관리위원회의 권한을 분산하는 1호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