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횡령·배임 등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전 회장의 출국에 범인 도피와 조직적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1부(손진욱 부장검사)는 최근 쌍방울그룹 임원 등을 소환해 전 회장 A 씨의 해외 출국을 돕거나 현지 체류를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 쌍방울 회장인 A 씨가 출국한 시점이 수상하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올 5월 말 싱가포르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형사6부 소속 수사관이 전직 수사관 출신인 쌍방울 임원에게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등 수사 기밀을 세 차례에 걸쳐 유출한 직후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얼마 전 수사 기밀을 유출한 전·현직 수사관 등 관련자 3명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쌍방울그룹 임원 등이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싱가포르에서 태국으로 거처를 옮긴 A 씨를 만난 사실 또한 확인했다. 이 밖에도 수사 기밀이 유출된 시점에 쌍방울 임원 등의 휴대폰이 바뀌고 일부 문서가 파기됐다는 점에서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자료를 전달받아 쌍방울이 2020년 발행한 4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매각 과정을 비롯해 계열사 간 자금 관계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A 씨 등 경영진이 수백억 원대 자금을 횡령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의 연관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6부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로 꾸려진 통합수사팀은 지난달 쌍방울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10곳이 넘는 사무실에 검사 및 수사관을 보내 총 세 번에 걸쳐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A 씨 등이 해외로 출국한 후 소환에 응하지 않자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를 내리는 한편 이들에 대한 여권 무효화도 요청하는 등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