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론스타 판정 불복, 명분·필요성 충분…포기시 정부 직무유기"

오현석 계명대 교수 인터뷰

스페인, 14건 중 13건 중재판정 취소신청

절차 중단 사건 제외시 인용률 21.6%

"불복절차 취소신청 노하우 쌓을 기회"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 판정에 대한 정부의 불복절차 추진을 놓고 첨예한 의견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한 푼의 혈세도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취소신청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추가비용만 들 뿐 실효성이 없다”는 반대의견이 만만찮다. 국제중재 분야의 전문가인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중재판정 취소신청 여부 자체를 두고 갑론을박할 시간이 없다”며 정부의 향후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교수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론스타 중재판정에 대해 취소신청을 진행할 만한 상당한 명분과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ISDS에서 패소한 국가는 취소신청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국익을 방어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로 인해 중재판정 취소신청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정책을 변경했다가 해외 기업들로부터 많은 ISDS를 제소당한 스페인의 경우, 중재판정이 내려진 14건의 사건 중 13건에 대해 중재판정 취소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오 교수는 “시스템상 불복할 수 있는 추가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포기한다면, 이 또한 정부의 직무유기 논란 소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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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신청 인용률이 우려만큼 낮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2020년 말까지 제기된 중재판정 취소신청은 총 165건, 이 중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된 건 19건(1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간에 철회되거나 절차가 중단된 사건을 제외하면 인용률은 그 두 배인 21.6%로 껑충 뛴다. 오 교수는 “통상 투자자보다 정부가 제기한 취소신청의 인용율이 높은 부분을 감안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소신청 절차로 인해 소요되는 추가비용 역시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중재판정에서 명시한 이자율이 통상 우리 국채금리보다 이자율이 낮은 미국 국채금리이고, 정부가 중재판정 금액의 지급을 유보하고 있기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감안하면 취소신청으로 증가하는 이자에 대한 부분은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판정 이후 패소 부분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승복하는 모습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불복절차인 취소신청 절차를 경험하고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한 수업료를 지불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선택과는 별개로 론스타가 판정에 불복해 중재판정 취소신청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오 교수의 판단이다. 오 교수는 “취소신청을 전제로 중재판정에 대한 분석과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며 “기존 ISDS 대응에서와 같이 외국 로펌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와 로펌·학계가 중심이 돼 전방위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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