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상승에 원자재 값 급등, 부동산 시장 위축까지 3중고에 노출된 건설 업계에서 대기업들마저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에 ‘SOS’를 보내는 처지가 됐다. 자본시장이 침체된 형국에서 특히 건설채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낮기 때문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047040)은 지난달 하순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800억 원의 ‘자산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했다. 만기 3년에 금리는 연 4.992%로 대우건설과 동일한 신용등급(A)의 회사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평균 금리)’인 5.036%보다 소폭 낮다. 롯데건설(A+)도 대우건설과 함께 300억 원의 P-CBO를 발행했다. 만기는 동일하며 금리는 연 4.502%로 결정됐다.
P-CBO는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ABS)으로 신보가 보증을 서 ‘AAA’ 등급이 부여된다. 신용등급이 낮아 자력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투기등급(BB+ 이하) 회사들을 위한 제도인데 코로나19 쇼크에 2020년 대기업까지 지원이 확대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활용은 많지 않았다. 신용도가 투기등급인 기업들과 한데 묶여 채권이 발행되는 데다 자기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시각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도 시장 침체로 회사채를 자력으로 발행하기 어렵자 신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리 상승 속에 연일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건설 업계의 자금난은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건설채의 경우 경기 민감도가 높아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채권 투자가들은 꺼리는 편이다. 7월 회사채 발행을 감행한 SK D&D가 200억 원을 모집하려다 주문이 40억 원에 그쳐 대규모 미매각을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월만 해도 1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가볍게 성공시키며 자금을 조달했지만 1년여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대우건설보다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롯데건설은 6월(700억 원)에 이어 올해 P-CBO 발행이 두 번째다. 벽산엔지니어링(BB+)도 지난달 P-CBO를 통해 150억 원을 조달했다.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유동화 시장을 찾고 있다. 레미콘·골재 전문 업체인 삼표산업은 지난달 26일 대출 채권을 유동화해 25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변동금리에 매 3개월 단위로 ‘롤오버(차환 발행)’를 해야 하는 힘든 조건이 붙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급등에 자금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부동산 경기 둔화 논란이 커져 건설사의 자금난은 확산되는 양상”이라며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규모가 큰 건설사는 펀더멘털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