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둔 가운데 당분간 적자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통화 당국의 진단이 나왔다. 최근 무역적자 대부분이 수입 단가 상승 영향인 만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경상수지마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무역수지는 247억 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454억 달러 감소했다. 에너지·석유제품 단가 요인이 -353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78%를 차지했다. 수입 단가 상승으로 인한 무역적자가 -472억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수출 물량 증가로 18억 달러 개선됐다.
한은은 과거 무역흑자에 크게 기여했던 휴대폰·디스플레이·선박·자동차 등 수출이 상당 기간 둔화 흐름을 지속하면서 에너지 부분에서 발생한 적자를 만회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품목의 해외 생산 확대도 무역수지의 지속적인 약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조업 해외 생산 규모는 2010년 2150억 달러에서 2019년 3680억 달러로 큰 폭 증가했다.
한은은 무역적자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둔화, 수입 증가에 따라 무역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벗어나려면 원자재 가격 안정이 우선이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연간 평균 10달러 하락하면 무역수지도 연간 90억 달러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등 에너지 공급난 사태는 해결은커녕 연말로 갈수록 악화될 소지가 더 크다.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8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50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대폭 축소했다.
주욱 한은 조사국 과장은 “8월보다는 무역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