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조선 시대 궁궐 경희궁은 볼 때마다 아쉬움을 준다. 조선 시대 때는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에 맞먹는 어엿한 궁궐이었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은 터에 몇 개의 건물만 최근 복원이라는 이름 아래 덩그렇게 지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경희궁에 대한 설명도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별도의 궁궐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은 ‘이것도 궁궐이었나’하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오늘은 ‘쉬운 우리말로 경희궁 읽기’에 도전한다.
경희궁 입구로 들어가면 ‘경희궁지’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설명 첫 부분에 “이곳은 조선 시대의 5대 궁궐 가운데 하나인 경희궁 터다”고 돼 있다. 일부러 한자어 ‘경희궁지’라고 돼 있는데 설명은 ‘경희궁 터’라고 나온다. 안내판 이름도 ‘지’가 아닌 ‘터’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면 한다.
건물들이 사라지고 빈 땅이라는 의미의 한자어 ‘지’라는 표현은 국내 다른 곳에서도 흔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면 경주 황룡사지, 익산 미륵사지 등이다.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의 ‘지’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 ‘터’를 사용해서 의미를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이어 “전각들은 대부분 경복궁으로 옮겨져 재사용 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서 ‘전각’은 ‘전’ 이름이 붙은 건물(예를 들면 숭전전)과 ‘각’ 이름이 붙은 건물을 의미한다. 대부분 임금이 주로 사용하던 곳이다. 그냥 “건물들은…”으로 해도 된다. “궁역이 축소되어”라는 표현에서는 “궁궐 영역이 축소되어”로 풀어 써 주는 것이 나을 듯하다. “창건 때 경덕궁이었다가 영조 이후로 경희궁으로 명명 되었다”고 하는데 ‘명명’은 ‘이름을 지었다’로 풀어쓰는 것이 더 낫다.
명백히 잘못된 글자도 확인된다. 안쪽 다른 ‘경희궁지’ 안내판에는 이의 한자로 ‘慶熙宮地’라고 돼 있다. ‘경희궁의 터’라고 할 때는 ’땅 지(地)’가 아니라 ‘터 지(址)’ 자를 쓰는 것이 맞다. 착오가 있었던 모양인데 고쳐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아쉬움을 준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