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리서치에서 ‘주식투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식투자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 중 절반이 코로나19 이후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사이 주식투자자는 10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2년 사이 천국과 지옥,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응답자 중 3분의 1은 주식 ‘투자’가 ‘투기’에 가깝다고 답변했다.
주식투자가 어쩌다가 투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을까.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을 존경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주식투자는 투기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투기꾼’은 투자자와 어떻게 다를까. 투기꾼은 주식판에서 돈 놓고 돈 먹는 데만 관심 있을 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눈앞의 수익률에만 집착하는 투기꾼에게 회사의 내일은 남의 일이다.
그럼 ‘투자자’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사람’이라고 한다. 비교적 명쾌하다. 이익을 위해 자본을 대는 것은 투기꾼과 같은 모양새지만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다. 투자 방법 중에서도 장기투자나 가치투자가 떠오르는 설명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하루하루 수익을 좇던 개미투자자들은 자신감을 잃었고 투기꾼이 된 것 같아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된 주식투자는 단기간에 오르내리는 주가와 수익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노볼 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작은 눈뭉치가 구르고 굴러 산더미처럼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버핏이 투자의 복리 효과를 비유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수익을 내기 위해 작은 눈뭉치를 굴리기 시작한다. 주식투자자는 투자의 대가로 배당이익을 얻고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시세차익도 볼 수 있다. 기업은 투자받은 자금을 더 많은 생산시설과 연구 활동에 활용한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을 올리고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그리고 다시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활발해지고 이는 기업의 생산·공급 증가로 이어지며 눈덩이는 점점 커진다.
주식투자는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러오는 첫걸음이다. 단기투자와 장기투자 둘 다 나름대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다. 주식 시세창의 빨간불·파란불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기업의 주인으로서 투자한 기업과 좀 더 친해지기 바란다. 시간과 정성을 쏟는 당신이 진정한 ‘투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