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스마트폰을 중국 이외 국가에서 생산하는 ‘탈(脫) 중국’을 선언했지만 정작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아이폰 전량을 중국에서 생산해왔던 애플은 미중 간 긴장 고조와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4 일부를 처음으로 인도에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복수 소식통들은 인도 내 아이폰 생산은 중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이 주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폭스콘이 인도에서 아이폰14를 만들더라도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 받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NYT는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한 지 15년째가 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설계하면 중국이 이를 만드는 구조였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양국이 아이폰을 공동으로 생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기술발전 속에 현지 기술자와 부품업체들의 참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인 ‘제로(0) 코로나’도 애플의 중국 의존도를 높인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이 지난 2020년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자 미국 기술자들이 중국으로 가 아이폰을 설계하는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NYT는 “이 때문에 애플은 선전과 상하이 등 중국 현지에서 핵심 설계를 담당할 중국인 기술자 고용을 늘리게 됐다”고 부연했다.
봉쇄가 풀린 뒤에도 중국이 입국자 격리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 출장 시 2주 격리와 4주 근무 기간 하루 1000달러(약 138만원)의 높은 수당을 내걸었음에도 미국 직원들이 중국행을 꺼렸고, 이 때문에 현지 기술자로 대체하는 부분을 늘렸다는 것이다.
IT분야 고용동향을 조사하는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애플의 중국 내 구인 건수는 2020년 한 해 전체보다 약 50% 늘었으며, 서구에서 교육받은 중국인들이 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인력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 면에서도 중국업체들의 비중이 늘어났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싱위칭 교수에 따르면 10여 년 전에는 중국이 저임금 노동자들을 제공하는 수준이었고, 이는 아이폰 가치 금액의 3.6%(6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부품업체들이 성장해 스피커·배터리·카메라 모듈 등에서 외국 업체들을 대체했고, 현재는 아이폰 가치 금액의 25%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기간 공장을 닫아야 했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애플의 중국 공장들이 생산을 유지,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최대가 되면서 애플이 높은 중국 의존도로 혜택을 얻기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