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1380원대를 뚫고 올라가는 등 ‘킹달러’의 폭주에 한국과 일본·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와 지역 통화가치가 연일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촉발한 달러화 초강세로 미국을 제외한 각국에서 수입물가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고통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비판과 함께 연준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10분 만에 1380원을 돌파해 장중 1388원 40전까지 오른 뒤 전날 종가보다 12원 50전 상승한 달러당 1384원 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30일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1400원대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달러 환율도 144.35엔까지 치솟아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위안·달러 역시 6.97위안을 돌파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포치(破七, 달러당 7위안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한층 커졌고 유로화 환율도 1유로당 0.9897달러까지 하락해 0.99달러 선을 밑돌았다. 파운드화는 1파운드당 1.15달러 선이 붕괴되며 역사상 최초의 달러·파운드 패리티(1달러=1파운드) 진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화가치가 심리적 저항선 아래로 줄줄이 하락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지만 금리 인상과 구두개입 등의 조치만으로는 달러화의 기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블룸버그 기고에서 “달러 가치가 더 오래, 더 높이 상승할수록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개발도상국의 부채 부담 증가, 지정학적 갈등이 초래된다”며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미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의 충격이 거세지면서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를 초래한 연준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제이슨 퍼먼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큰 수요를 부추기던 미국이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국의 수요는 줄일 수 있지만 강달러가 다른 나라에 일으킨 인플레이션은 해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