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세입자 울린 집주인 '세금체납' 공개 의무화…실효성 우려도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 발표

체납세금·선순위보증금 정보 요청 시 공개

임대인 거절 땐 속수무책…처벌 규정도 빠져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연합뉴스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임차인에 대해 집주인의 체납 세금 등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집주인의 밀린 세금으로 보증금을 뗴인 임차인 피해가 늘면서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다만 임차인의 정보 요구에 대해 집주인이 거부할 경우 제재 장치는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발표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은 임대차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세 계약 전 임차인이 집주인의 체납 사실, 선순위 보증금 등의 확인을 요청하면 임대인은 납세 증명서,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 정부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한다. 계약 후에도 임차 개시일 전까지 임차인은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세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연내 관련 법 개정안 발의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집주인 체납 세금과 선순위 보증금 등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우선 변제된다. 경매로 주택을 처분한 금액으로 임대인의 밀린 세금이나 선순위 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임차인은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등 피해로 이어진다. 현재는 임대인 협조 없이 해당 금액을 확인할 수 없는데, 앞으로는 임차인에게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발생 가능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임대인 세금 체납에 따른 임차인 보증금 피해 규모는 점차 늘고 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미납 세금 공매에 따른 임차 보증금 미회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22억 1600만 원(101건)으로 집계됐다. 8~12월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 6600만 원(143건)을 이미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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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2억 5000만 원이던 피해 보증금은 올 들어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피해 규모를 보면 세입자는 915명, 금액 기준으로는 472억 2100만 원에 달한다.

이번 대책은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선에 따라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위해 미납 세금, 선순위 보증금 등 정보를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면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당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임대인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다.

국토부는 개인 간 거래에 대한 처벌은 사적자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인이 주어진 (정보 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해당 물건이 정상 물건에서 벗어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사적계약의 영역이라 처벌 규정을 두기 어려운 한계가 있지만 임차인이 해당 계약을 회피할 수 있는 정도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임차인의 정보 제공 요구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거부해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임대인의 고의성 입증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임차인은 임대인을 대상으로 형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대상에 임차인의 정보 요청 권한, 임대인의 정보 제공 의무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해당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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