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포항 아직 아비규환, 자연 앞 무기력"…소방관의 글 '뭉클'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소방 대원들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소방 대원들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경북 포항 지역에 큰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한 현직 소방관이 쓴 글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렸다.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포항 소방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이번 태풍 사태로 피해가 발생한 포항에서 구조작업에 나섰던 소방관으로 보인다.

먼저 A씨는 "밤부터 신고가 빗발쳤다"면서 "새벽에 물이 가슴까지 차올랐고 미처 대피 못한 노인들과 장애인분들을 구조하러 다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A씨는 "평소 다니던 출퇴근길이 마치 강처럼 변했다. 정원 4인 기준인 소방차 안에 대원과 구조한 시민 8명을 욱여놓고 대피했다"면서 "전고가 높은 소방차 안에도 물이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이어 심각했던 당시 포항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물속에 잠수해서 잠긴 문을 뜯어내고 할머니를 구조했다"며 "거리에 둥둥 떠다니던 강아지들도 모두 잡아 차에 실었다"고 적었다.

아울러 A씨는 "출동하던 구급차들은 모두 침수돼 물에 둥둥 떠다녔다"며 "아침에는 물이 너무 불어나 신고 받은 곳으로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했다. 자연 앞에 참 무기력했다"고 토로했다.

. 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 캡처



여기에 덧붙여 A씨는 "날이 새고 한숨 돌릴 때 포스코 공장이 폭발했다. 포스코에 진입해보니 온 공장이 물바다이고, 그 와중에 불길이 너무 셌다"면서 "반나절만에 큰 불이 잡혔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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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A씨는 "태풍이 지나고 난 날씨는 거짓말 같이 맑네요"라며 "(하지만) 아직도 포항은 아비규환이다. 복구에 힘쓰고 있는 해병대 경찰 소방관 해경 자원봉사자분들 감사하다"고 썼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말 고생 많으셨다", "글만 읽어도 긴박했던 상황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이런 분들이 진짜 공무원", "다치지 마시고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달라" 등 다양한 의견을 이어갔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이날 오후 6시 기준 사망 11명, 실종 1명, 부상 3명 등의 인명피해가 났다.

경북 포항에서 9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경주와 울산에서도 각각 1명이 사망했다. 전날 울산 울주군 하천에 20대 남성이 빠졌는데 실종 하루 만인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

시설피해는 주택 등 사유시설 1만 1947건, 도로·교량 등 공공시설 1068건 등으로 모두 1만 3015건으로 파악됐다.

특히 경북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 지역의 주택 침수는 8309건, 상가 침수는 3085건에 이른다.

전국에서 벼가 물에 잠기거나 배·사과 등이 떨어지는 등 7141㏊의 농작물 피해가 집계됐다. 경북이 3907.9ha로 절반이 넘었다.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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