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IRA에 초비상 걸린 韓…인플레이션이랑 전기차가 무슨 상관이길래?[뒷북경제]

美 인플레방지법 지난달 기습통과…전기차 지원책 대수술

'북미 조립 전기차만 세액공제' 조항에 업계 초비상

배터리 업계 역시 중국산 광물 의존도 빠르게 떨어뜨려야

산업장관, 'WTO 제소' 언급했지만 사실상 실익 없어

외교적 해법 마련해야…통상본부장, 美 방문해 협의체 구성





정부와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 통상 정책을 책임지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추석 연휴 와중에도 미국으로 떠나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때문인데요, 얼핏 보면 이해가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랑 자동차, 배터리가 무슨 관계가 있길래요.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미국 의회를 통과한 IRA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미국 국민 생활을 안정화하겠다’는 명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가격을 눌러 가계 부담을 줄이고 친환경에너지 발전을 지원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가 당황한 분야는 ‘전기차 지원’입니다.

우선 제조업체 당 20만대였던 세액공제 지원 한도가 사라집니다. 당초 테슬라와 GM은 제작사 당 판매량 한도를 넘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고 포드 역시 올해 중 한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는데 IRA 통과로 추가 세액공제가 가능해 진 셈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6. 사진 제공=현대차현대차 아이오닉 6. 사진 제공=현대차


여기에 혜택 요건에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이 추가됐습니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지원하는 혜택인데, 일러도 2024년 말에야 조지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는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유입니다. 심지어 이 조항은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8월 16일 즉시 발효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서 전기차 점유율 9%로 테슬라(7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던 현대차에는 뼈아픈 대목입니다.



정부는 △법안 개정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 완공 시점인 2025년까지 관련 조치 시행 유예 △전기차 지원 대상에 북미산은 물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포함 등의 해법을 준비 중이지만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 체결을 대표적인 경제 성과로 홍보 중인 만큼 법안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안 본부장 역시 “막 서명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 개정이 조기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입법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과 행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에 관해 다각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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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SK온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


배터리 업계도 초비상입니다.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배터리의 주요 광물과 부품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광물 조달 비율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2023년 40%, 2027년 80%를 넘겨야 3750달러, 북미 배터리 부품의 조달 비율이 2023년 50%, 2029년 100%를 기록해야 3750만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산 광물 사용을 배제하고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진 셈입니다. 중국 원자재·부품에 의존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당연히 우리 정부는 강력 반발했습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IRA가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FTA·규정 위반 소지가 아주 높으며 필요할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WTO 제소시 우리가 이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WTO가 사실상 무용지물 됐다는 것입니다. WTO는 최근 항소기구를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외교적인 해법 마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안 본부장은 7일(현지시간) 타이 USTR 대표와의 통상장관회의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양자 협의채널을 구축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안 본부장은 “USTR과 양자 간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협의를 개시키로 했다”며 “많은 대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USTR도 보도자료를 통해 협의채널 가동 협의를 공식화한 셈입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USTR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회담'에 참석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USTR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회담'에 참석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휴 이후 잇따라 예정된 한미 고위급 인사의 회동에서도 IRA는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입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29일로 예정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 예방에서도 IRA가 거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IRA의 주목적이 ‘중국 배제’인 만큼 장기적으로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습니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이 중국과 한국의 2파전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산 배제로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을 활용 가능한 대안으로 언급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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