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국정 맥]추석 뒤 달궈질 美·中 외교전…‘고래등에 낀’ 한국의 생존법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15~17일 방한

해리스 美부통령도 日 '아베국장' 이후 한국행

美中,팰로시후 긴장고조… ‘적대적 공생’ 일환

한국, 칩4 참여 룰메이커 역할…中 설득 과제

‘파국’ 피하는 美·中 관계 틈새 최대 활용해야





추석연휴 직후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한국을 줄줄이 방문하면서 외교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난 8월 미국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절정에 달했던 미중 갈등이 앞으로 한반도 방문 이후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줄지어 한국 찾는 미중 최고위급=우선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의 리잔수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러시아·몽골·네팔 방문에 이어 오는 15~17일 사흘 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한국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리 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김진표 국회의장 초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2월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중국 방문에 따른 답방 성격을 띠고 있다.

형식상 국회의장 초대와 답방 성격이지만 당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노린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방한이다. 특히 리 위원장이 이번 방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할 경우 중국 측에선 '한중 협력'을 재차 강조하며 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을 거론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펠로시 의장 방한 때 직접 만나진 않고 전화통화만 했던 것도 부담요인이다.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연합뉴스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연합뉴스


이어 이달 말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한국을 방문한다. 아직 미국 측의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해리스 부통령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에 참석한 뒤 방한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 부통령 방한이 현직 미 부통령으로선 2017년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이후 4년 만의 첫 방한이 된다.

◇최고조 갈등에도 파국 피하는 미·중=여전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잇따라 미중 최고위급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외교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에 무게를 뒀다고 한국이 한미동맹을 우위에 두고 일방적으로 중국 고립 대열에 무차별적으로 나설 형편도 아니다. 칩4나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보복만을 의식해서도 아니다. 극도로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인 처지다.

전문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등 터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투이불파(鬪以不破)’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미국과 중국이 갈등 수위를 높이지만 결정적 파국은 피하는 투이불파의 현주소를 이해하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연합뉴스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연합뉴스



◇해소되지 않는 칩4·사드3불1한=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수록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가치동맹을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이 밀착할 수록 중국과는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전략적 모호성’으로 버텼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미 외교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을 강화해 왔다. 이를 중국 고립 정책으로 보는 중국은 칩4 불참과 사드 배치 3불1한 정책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말 그대로 ‘등 터지게 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미·중이 파국은 피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승주 중앙대 교수는 “양국이 자국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여 갈등 수위를 높이면서도 결정적 파국에 이르는 선택은 회피하는 투이불파 양면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갈등의 구조적인 원인이 미래 경쟁력의 선제적 확보와 세계 경제질서의 서로 다른 개혁 노선으로 장기간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한국이 외교적 실력과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미·중 간 최고조 갈등 틈새를 파고들어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가치와 이익을 분리해서 판단하다 보니 미·중 간 선택을 스스로 강요하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가치와 이익을 일치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칩4의 경우도 한국의 입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중국에도 새로운 가치를 이해시키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칩4’ 참여…대중국 외교방향타=‘가치=이익’의 첫 단추는 결국 칩4에 달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중간 최대 현안은 칩4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이 칩4 불가 카드를 내세우기 전에 먼저 참여 방침을 확실하게 정하면 중국을 설득하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칩4 예비회의 참여 의사를 미국에 전달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 정부는 칩4 참여와 관련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룰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반도체 협력체라는 점을 부각해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전략도 전제 돼 있다. 이 같은 선제 전략은 지난 5월 미국 정부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출범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중국 당국은 IPEF출범 과정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정작 출범 후엔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방향성을 확실히 하는 것은 국가 간 외교의 기본”이라며 “선제·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드처럼 시간만 보내다가 중국에게 보복의 빌미만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상호의존성이 무기…‘가치’기반 대중외교=대중국 외교에서 상호의존성도 무기라는 진단도 있다. 미·중이 파국을 피하는 것도 서로가 가진 상호의존성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 방향도 명확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중국이 칩4에 따른 경제 보복 등으로 수입 제한을 했다가는 아예 D램 자체를 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한령 이후 중국에 이득이 없다는 학습효과가 생겨 경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상호의존성이 대중국 외교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논리다. 문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다가 결국 미국과 중국 대응에 모두 소극적으로 대처해버리고 말았다”며 “중국을 향해 인권·민주주의 등 가치동맹에 근거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는 것은 미국에 치우친 외교가 아니라 중국에게 한국 외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수순이 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