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美 NIH, 기초과학에 40조 투자…연구소 27곳 두고 산학협력 활발

[한미 과학기술 혁신 토크콘서트]

■ 'R&D-기술사업화' 선순환 이룬 美

NIH 1000명 이상 PI가 연구 주도

독창적 아이디어 창출 엄격히 평가

美 R&D 사업, 상용화 계획 필수

韓과 달리 대학서 창업자 잇따라

실패용인 문화…고위험 연구 촉진

좀비 스타트업 만연 국내와 대조

서울경제가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연 ‘한미 과학기술 혁신 토크콘서트’에서 한미 과학기술계 리더들이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양경호(왼쪽부터) 재미한인혁신기술기업인협회장, 오준석 미국 웨스턴미시간대 교수, 정진택 고려대 총장,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우일 과총 회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김영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장, 김희용 미국 국립보건원(NIH) 치프,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워싱턴=윤홍우 특파원서울경제가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연 ‘한미 과학기술 혁신 토크콘서트’에서 한미 과학기술계 리더들이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양경호(왼쪽부터) 재미한인혁신기술기업인협회장, 오준석 미국 웨스턴미시간대 교수, 정진택 고려대 총장,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우일 과총 회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김영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장, 김희용 미국 국립보건원(NIH) 치프,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독창적인 연구를 장려하고 기술사업화에 나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개발(R&D) 생태계가 중요하죠.”



한미 과학기술계 리더들은 서울경제가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연 ‘한미 과학기술 혁신 토크콘서트’에서 한미 R&D·기술사업화 생태계를 비교하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우선 김희용 국립보건원(NIH) 분자신호실험실 치프는 “NIH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기관이지만 예산의 50% 이상을 기초과학에 투자한다”며 “(내외부 투자 비중의 경우) 외부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예산의 80%가량을 지원하는데 독창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위험 연구를 할 수 있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성실하게 연구했는데 성공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실수와 실패를 용인해야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예산이 450억 달러(약 60조 원, 내년 625억 달러(요청액 기준, 약 80조 원)나 되는 NIH는 27개의 연구소와 센터를 두고 있는데 연구 성과물이 산학 협력과 기술사업화로 이어지게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한 게 특징이다. 김 치프는 “NIH는 수석조사관(PI)이 연구를 주도하는데 선도자로서 연구 아이디어를 내느냐를 중요하게 본다”며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발한 아이디어를 낳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IH의 PI는 약 1200명으로 연구소와 센터뿐 아니라 외부 산학연병과 협력하며 연구하는데 혁신적 아이디어와 사회 공헌도 등을 4년마다 엄격하게 평가받는다. 3분의 2 이상이 테뉴어(신분 보장)지만 연구 수준이 떨어지면 연구비, 실험 장비, 공간 사용에 제약을 받는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 출신인 오준석 미국 웨스턴미시간대 환경건설공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는 R&D 사업의 경우 상용화 계획을 넣는 게 일반적”이라며 “한국과 달리 미국 대학에서 창업자가 엄청나게 나오는 게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 대학에서도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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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벤처·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실패 용인’이 과제로 꼽혔다. 양경호 재미한인혁신기술기업인협회장은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창업 뒤 실패하면 실패했다고 얘기한다”며 “그런데 한국 스타트업들을 많이 멘토링해보니 실패했는데도 그냥 폐업할 때까지 이어가는 경향이 있더라”고 꼬집었다. 실패를 용인해야 좀비기업들을 걷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양 회장은 이어 “실리콘밸리·보스턴 등 미국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는 스탠퍼드대·MIT·하버드대 등 좋은 대학 중심으로 인재와 벤처캐피털이 모여 생긴 것”이라며 “다양성 속에 혁신이 나오는 미국처럼 한국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사회: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한국인 최초로 미국 물리학회장(2024년)에 당선된 김영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은 R&D 생태계와 관련해 “리더의 임기에 상관없이 사람이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기관장이 바뀌더라도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남들 따라 진짜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앞장서서 나아가야 하는 전환기를 맞이했다”며 “하지만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가 거의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료·교수·연구원 등 각 분야에서 여전히 옛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다”며 “지금이라도 기업가정신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과학기술계에서도 축구의 손흥민 같은 젊은 스타들이 나오도록 투자해야 한다”며 “IBS에서도 세계적 실력을 갖춘 젊은 과학자들에게 연구단장직 등을 과감하게 부여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IBS는 대전 본원 외에도 KAIST·서울대·포스텍 등 연구 중심 대학에 33개의 연구단을 두고 연 50억~60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청중석에서도 활발히 토론에 참여했다. 하영자 IBS 기후물리연구단 교수는 “기초과학이 응용과학이나 경제 발전으로 직결될 수만은 없다”며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는데 ‘기초과학을 위한 기초과학’도 용납해야 다른 분야에 활용되고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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