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시장에 퍼지기 시작한 낙관론이 무너졌다. 지금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다고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13일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월가에선 9월 연방준비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276.37포인트(-3.94%) 하락한 3만1104.97로 거래를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177.72포인트(4.32%) 내린 3932.69에 마쳤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32.84포인트(-5.16%) 급락해 1만1633.57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에 120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S&P500도 편입된 500개 종목 중 490개 종목의 주가가 이날 하락했다. 메타가 9.4%, 엔비디아가 9.5% 미끄러졌다.
이날 발표된 CPI가 시장 전망보다 높았다. 인플레이션이 잘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8.5% 올랐던 전월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블룸버그의 예상치인 8.1% 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 월간 기준으로는 0.1% 상승했다. 월간 근원 CPI 변동이 -0.1%로 2년 여 만에 하락할 것이란 기대가 컸던 터라 시장은 더욱 당황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8월 월간 0.6%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 0.4% 보다 더 크게 올랐으며 예상치(0.3%) 보다도 높다. 전년 대비로는 6.3% 상승해 이 역시 전월(5.9%) 보다 더 상승했으며 예상치(6.1%)를 뛰어넘었다.
제이너스헨더슨인베스터스의 리서치 디렉터 매트 페론은 “CPI가 예상보다 높다는 것은 연준의 금리 인상압력이 계속 시장에 가해질 것이라는 의미기 때문에 명백히 시장에 부정적”이라며 “근시일 내 연준의 기조전환은 더욱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직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폭을 0.75%포인트로 제시했던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PI 발표후 전망치를 1%포인트로 상향조정했다. 뿐만 아니라 12월 인상폭도 기존 0.25%포인트에서 11월과 동일한 0.5%포인트로 상향했다. 이 경우 연내 도달하게 되는 미국 기준금리는 4.25~4.5%에 이르게 된다. 노무라는 내년 2월에도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초 기준금리는 4.5~4.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노무라는 “근원 상품과 서비스 인플레이션의 광범위한 강세는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테크주는 더욱 낙폭이 컸다. 클라우드 페어는 10% 유니티소프트웨어는 13.4% 가라앉았다. 이 밖에 온라인 중고차 판매 업체인 카바나도 12.9% 하락했다. CNBC에 따르면 메타와 월풀, 엔비디아, 인텔을 비롯한 19개 종목이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함께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대비 9.45% 가량 하락한 2만291달러 수준에 거래되며 2만 달러선을 간신히 지키는 모습이다. 이더는 6.36% 하락해 1616달러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센트(0.54%) 하락한 배럴당 8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