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칼을 들고 아내를 협박,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재판부의 선처를 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민성철 판사는 최근 특수상해,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김 모(24) 씨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2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이 기간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형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문제 없이 유예 기간이 지나면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7일 오후 2시경 자택에서 아내 임 모(24) 씨와 이혼 관련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나 부엌에 있던 30cm 길이의 장미 부엌칼과 20cm 길이의 과도, 23cm 길이의 칼을 집어든 상태로 “죽여버린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장애인을 만들어버리겠다”고 폭언하며 아내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부엌에서 들고 온 칼 중 두 자루를 왼손에, 나머지 한 자루를 오른손에 쥐고 임 씨의 목과 손목에 가져다 대는가 하면, 양손에 칼을 든 채로 임 씨를 밀치고, 양손과 발로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임 씨가 머리를 맞으면서 약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 상해를 입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5일에도 식칼 등을 임 씨의 배에 가져다 대는 등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임 씨에게 노트북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바로 가져다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왔고 “너 죽고 나 죽자. 죽여버리고 끝내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민 판사는 “이 사건은 가정 내에서 배우자와의 불화를 이유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범행 행위가 매우 위험하다”며 “자칫 피해자에게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등 피고인의 잘못이 작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1998년생으로 아직 학생인 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잘못을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하게 참작했다. 민 판사는 “(김 씨가)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고, 혼인관계도 종료하기로 원만히 합의가 돼 피해자에 대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