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탠덤






2004년 개봉된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군 간의 전쟁을 다룬 블록버스터다. 트로이 왕자를 사랑한 스파르타 왕비 때문에 벌어진 10년 전쟁이 목마 작전으로 그리스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다. 신의 아들이자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스(브래드 피트 분)와 트로이의 용장 헥토르 왕자가 트로이성 앞 광장에서 벌이는 싸움이 이 영화의 절정이다. 헥토르에게 사촌 동생을 잃은 아킬레스가 두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성문 앞으로 달려가 “헥토르”를 외친다. 아킬레스는 창·칼을 이용한 1 대 1 대결 끝에 헥토르를 죽이고 시신을 전차에 매달아 광장을 돈 후 자기 진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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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의 전차처럼 두 필의 말이 이끄는 마차를 흔히 ‘탠덤(tandem)’이라 부른다. 야구에서는 우수한 투수 2명이 선발과 다음 순서로 배치될 때 두 선수를 탠덤이라고 한다. 좌석이 앞뒤로 된 2인용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탬덤 라이더’라고 불린다. 태양광발전에서는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리콘과 광물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해 개발 중인 차세대 태양광 모듈을 ‘탠덤 셀’이라고 지칭한다. 두 개 이상의 실린더가 한 축의 피스톤을 공유하는 증기기관을 탠덤 기관이라고 한다. 이처럼 탠덤이란 대체로 둘이 힘을 모아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모스크바와 베이징 탠덤이 글로벌·지역 안보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국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나라는 유엔 총회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데도 불참하고 미국과 서유럽 등에 맞서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주요 7개국(G7) 경제장관들은 15일 독일 노이하르덴베르크성에서 “중국이 경제력을 사용해 다른 국가를 짓밟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경계심을 표출했다. 냉전과 탈냉전에 이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가 맞붙는 신냉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과 블록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 등 주변 강국의 팽창주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가치 동맹을 토대로 자강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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