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공포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휘청이는 가운데 일본 증시는 나홀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면서 일본 주식형 펀드의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역대급 엔저 현상이 ‘안전판’으로 작용해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지만, 미국의 강력한 긴축이 마무리될 때까지 다른 주요국 대비 변동성이 낮은 안정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한국펀드평가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6월 16일~9월 16일)간 높은 수익률을 거뒀던 일본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들은 고물가 및 긴축 우려가 재확산된 지난 1주 동안에도 성과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3개월 간 12.89%의 수익률을 낸 ‘한국투자일본혁신기업’의 최근 일주일 성과는 5.03%에 이른다. 지난 3개월 간 6~7%의 수익률을 올렸던 ‘삼성일본중소형FOCUS(UH)’와 ‘삼성노무라일본전환형’ 등도 최근 일주일간 2~3%의 성과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TIGER일본헬스케어’와 ‘TIGER일본니케이225’ 등 ETF 역시 이 기간 3.19%, 2.20%의 수익률을 냈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며 글로벌 증시 전반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일본 증시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수익률 방어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는 16일 기준 2만 7567.65로 마감해 2만 6100선까지 하락했던 1월 말 보다도 5.33% 반등한 상태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47%, 코스피지수는 -8.86%씩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중앙은행이 이어가고 있는 초저금리 정책과 이에 따른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일본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1%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증시의 자금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특히 기록적 엔저는 한국 투자자 등 해외 자금의 일본 증시 순유입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하는 중이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만봐도 7~9월 3개월 연속 일본 주식을 연속 순매수하는 등 직·간접적 ‘일본 증시’ 투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9월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총 2642만 달러(약 367억 원)어치 ‘직구’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보름 만에 1000만 달러 가까이를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일본 증시가 앞으로도 당분간은 미국·유럽 등 다른 주요국 증시 대비 변동성이 제한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했다. 9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주요 지수들의 등락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은 여전히 예측 가능한 완화된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엔저 현상 역시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추가 상승 여력은 비교적 크지 않으나, 변동성 제한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9월 투자매력은 미국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