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스토킹 피해자인 전 직장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모(31) 씨가 이달 초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이 전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지 여부를 19일 결정한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연다.
구체적인 개최 시점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이날 신상공개위는 일체 비공개로 진행된다.
신상공개위가 공개 결정을 내릴 경우 경찰은 당일 바로 전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상공개위는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되는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 국민 알 권리,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 피의자가 청소년(만 19세 미만)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면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한편 전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 A(28)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와 A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A씨는 약 2년간 전씨에게 스토킹을 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이달 3일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역무원 컴퓨터를 이용해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 등을 확인했다. 전씨는 당시 역무원에게 "휴가 중인 불광역 직원인데 내부망을 사용하겠다"고 거짓말을 해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했다.
범행 당일인 14일에도 증산·구산역에서 피해자의 근무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11일 앞서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전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도 발견했다. 전씨 휴대전화에는 GPS(위치정보시스템) 정보를 조작하는 목적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는 경찰 수사를 교란하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 휴대전화 내 일부 파일은 이미 삭제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디지털 포렌식을 마치고 자료 분석을 진행 중이다.
전씨는 범행 당일 오후 3시께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법 처리 과정에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형량 감경 등을 주장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후 전씨는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 인근을 찾았다가 피해자와 외모가 비슷한 다른 여성을 보고 약 7분간 미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씨가 범행 당시 일회용 위생모를 착용한 것은 유전자(DNA) 증거를 현장에 남기지 않으려 했다기보단 피해자나 다른 역무원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씨는 과거 음란물 유포 혐의로 두 차례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