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이니셔티브’ 가입으로 국내 태양광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와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 등 태양광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강화하며 태양광 수요도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삼성전자의 가입 선언으로 국내 대기업 중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4곳으로 늘어났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RE100 선언을 미뤄왔지만 친환경 경영에 대한 국제적인 요구 수준이 높아지며 최근 RE100 가입을 포함한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국내 전력 사용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현재 사용 중인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모두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2050년까지 필요한 태양광 설치량은 250기가와트(GW) 규모에 달한다. 현재 국내 태양광 설치량이 21GW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 8GW 수준의 태양광이 필요한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2020년 기준 27테라와트시(TWh)로 국내 전체 태양광 전력 공급량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RE100은 태양광과 풍력 중심이고 수력 등 일부 재생 가능 에너지만 허용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태양광, 풍력 설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IRA 통과 등으로 한화솔루션, OCI로 대표되는 국내 태양광 업계에는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통과된 IRA에는 10년간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산업’에 3690억달러(약 510조원)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모듈 생산을 담당하는 한화솔루션과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가 미국에 태양광 부품과 재료 공급을 늘리며 매출도 급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화솔루션은 1.7GW 규모의 조지아주 모듈 공장에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텍사스주에 9GW 규모의 생산 공장 신설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인 투자에 나섰다.
현재 태양광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만큼 전략 지역인 미국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모듈 생산 용량 중 중국의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7%(322GW)에서 올해 80.6%(436GW)로 늘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미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한 적기의 투자자금 지원은 국내 태양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