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자기 몸만한 기타를 든 만 15세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작기만 했던 노래의 반향은 점점 커졌고, 2022년 서른 살이 된 소녀는 국내 여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바로 ‘아이유’다.
17·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 공연이 펼쳐졌다. 양일 간 총 9만 명에 달하는 관중 앞에서 아이유는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본인의 음악적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이날 아이유는 본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자신의 정체성 같은 노래”라고 밝힌 ‘무릎’, 또 ‘밤편지’ 같은 어쿠스틱 넘버부터, ‘너랑 나’ 등의 스케일 큰 노래, ‘블루밍’ 등 밴드 넘버까지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다. 특히 산울림의 ‘너의 의미’,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무대를 통해 40대 이상에게도 어필하는 가수임을 증명했다.
아이유는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이날도 최초의 자작곡 ‘내 손을 잡아’와 ‘금요일에 만나요’ 등을 선보였다. 세 시간 넘는 공연에도 음이탈 하나 없는 훌륭한 보컬 실력도 보유했다. ‘국힙 원탑’(국내 힙합 원톱)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아이유는 ‘코인’에서 훌륭한 랩 메이킹 실력도 보여 줬고, 콘서트에서는 피처링된 랩 파트를 본인이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성장 서사’는 아이유의 팬들이 매료된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유는 ‘스물셋’을 시작으로 25살에 발매한 ‘팔레트’, 28살에 발매한 ‘에잇’을 통해 그 나이대의 심정을 절묘하게 그려 냈다. 함께 커온 동년배 팬들도 나이에 맞춰 변해가는 곡의 메시지에 공감하며 충성 팬이 됐다. 몰락한 집안 속에서도 성공을 일궈 냈고, 아직까지도 효심 깊은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유는 팬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콘서트에서도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성장과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1등 공신인 3단 고음, ‘좋은 날’과 ‘팔레트’를 자신의 셋리스트에서 졸업시켰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새로운 곡들과 구성으로 공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연장 밖과 해외에서는 가수 아이유보다 ‘배우 이지은’이 더 익숙하기도 하다. ‘드림하이’로 드라마에 데뷔하며 어색한 연기로 혹평받기도 했던 이지은은 ‘최고다 이순신’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고, ‘나의 아저씨’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하며 많은 이의 인생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영화 ‘페르소나’를 통해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관능적인 매력도 보여줬다.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를 통해서 칸 영화제에 진출하며 충무로에서도 인정받았다. 광고계에서도 블루칩으로 활약하며, 이번 콘서트 후원 부스를 본인이 광고한 제품들로만 채우기도 했다.
인성 또한 지금의 아이유를 만든 요소다. 아이유는 18일 데뷔 14주년을 맞아 2억 원을 기부했다. 매 해 생일 등에 수억 원씩 기부를 해 오고 있고, 모교에 장학금도 지원 중이다. 기부액은 공개된 것만 40억 원에 가깝다. 큰 사고나 논란도 없었다.
주경기장 콘서트를 마친 아이유는 드라마 ‘인생’의 출연을 검토 중이고, 내년에는 이병헌 감독의 신작 영화 ‘드림’으로 스크린을 찾는다. 팬데믹 중에도 음원을 발매하고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온 아이유, “14년 간 달려왔으니, 14년 더 가보겠다”고 말하는 그녀가 대중에게 또 어떤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