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만 원’
한 식당에서 주문을 받고 고객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로봇’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이 로봇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게와 메뉴를 홍보하고 손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각종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빙로봇은 사전에 설계된 ‘철저한 계산’에 따라 동선을 정해 손님에게 음식을 서빙한다. 가장 먼저 매장에 맞춰 로봇의 동선을 그린다. 그러면 그 동선에 맞춰 테이블마다 정차 위치를 서빙로봇에 저장한다. 정차 위치는 단순한 멈춤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애물과 충돌 가능성이 포착되면 서빙로봇은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대기하거나 다른 경로를 선택해 돌아간다. 특히 천장 중간중간에 ‘마커’를 붙여 위치 정확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전국 약 800여 곳의 매장에서 1200여 대의 서빙로봇이 이처럼 유능한 방식으로 일한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 시장의 약 40%를 점하고 있는 서빙로봇 업계의 주요 기업이다.
‘뜻밖의 구인난’… 서빙로봇 시대 활짝
‘배달 회사’가 로봇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초창기에는 자영업자들의 마케팅을 돕기 위한 방안이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비대면 서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려주면서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직원 수 감소 중 일부를 서빙로봇이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벗어난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서 로봇 의존도가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로 본국에 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이 구인난에 시달렸고, 서빙로봇이 노동현장에서 1인분의 몫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김민수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사업실장은 “IT 기술을 활용해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께 도움이 되는 것이 우아한형제들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며 “안정적인 매장 운영으로 소비자에게 낮은 배달비, 안전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궁극적인 해답으로 로봇을 선택했다”고 로봇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우연히 뛰어든 사업이지만 서빙로봇 서비스는 우아한형제들의 새로운 ‘효자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빙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손님 접대하기, 음식 서빙하기, 옷 사이즈 찾아서 갖다 주기, 이동형 매대처럼 물건을 이동하며 판매하면서 특정 물품을 홍보하기 등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외식업 뿐 아니라 노래방, PC방, 스크린골프장, 의류매장, 대형마트 등에서도 서빙로봇을 향한 러브콜이 늘고 있다.
김 실장은 “서빙로봇은 국내 기준으로 3년 내에 5만 대 정도까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단순한 외식업 자동화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익 관점에서도 크게 기여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산업용 로봇 시장 먼저 많은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 시장을 제외한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는 서빙로봇이 단기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산업용 로봇 다음으로 제일 많이 확산되고, 더 나아가서는 산업용 로봇보다 더 많이 확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간 대체율은 40% 정도…"인간과 조화로운 역할 분담 필요"
서빙로봇은 월 구독 서비스로 제공된다. 매달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30만 원 안팎. 최저시급 기준으로 한 사람에게 월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자영업자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실장은 “매장 안에서의 인력대체율은 40%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주문 접수, 고객 응대, 서빙, 퇴식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 사람과 달리 서빙로봇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빙로봇이 실제로 더 많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적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바로 ①서빙로봇과 외식업장 내에 있는 다른 장치들 간의 연결성 ②다양한 역할로의 확장 ③환경적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다. 업장 내 기능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다채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테이블 배치 변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매장 환경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면 서빙로봇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같은 과제가 해결되면 최대 인간 0.8인분의 몫을 로봇이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로봇이 인간과 조화롭게 역할 분담을 이뤄내는 것이 김 실장이 전망하는 서빙로봇의 미래다. 그는 “사실 서빙로봇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100% 무인화된 매장을 꿈꿨던 적이 있다"며 “무인 매장을 기획해 보려고 시도해 봤지만, 외식업장을 알면 알수록 완전한 무인은 불가능한 업계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10년 뒤에도 결국 로봇은 서빙 등 자동화된 제반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은 고객 응대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국산화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서빙로봇의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며 하드웨어는 중국 파트너사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로봇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해 왔지만 한국의 로봇산업 종합 경쟁력은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스위스 등 주요 6개국 중 최하위다. 글로벌 로봇시장이 연간 9% 성장할 때 한국의 성장률은 2%대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로봇 도입으로 인해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 실장은 “하드웨어만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어 정보가 중국으로 나가는 일은 없다”며 “우아한형제가 소프트웨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는 자사 클라우드 안에서만 저장 및 폐기가 된다”고 말하며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