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확률이 28%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월부터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가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1일 ‘무역수지가 외국인 주식 매매행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200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의 월간 자료를 토대로 무역수지 적자가 외국인의 국내 주식매매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월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이어지는 달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은 흑자 때 대비 평균 28.3% 증가했다. 이 분석모형을 토대로 추정한 9월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확률은 75.6%로 나타났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무역수지가 줄어들면 국내 외화 유입이 줄어들면서 원화가치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로 이어진다. 최근 3년 간 무역수지와 환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무역수지가 증가할수록 원화는 절상되고 반대의 경우 절하되는 흐름을 보였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8월 15억 8000만 달러 흑자에서 올해 8월 94억 9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됐는데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61.1원에서 1320.4원으로 159.3원 급등했다.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높은 국제원자재 가격 영향으로 수입이 대폭 늘어난 반면 수출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크게 둔화하는 영향으로 해석된다. 8월 수출·수입 증가율 격차는 21.6%포인트로 지난 1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무역수지 관리는 실물경제 뿐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공급망 안정에 노력하는 한편 무역금융 확대, 연구개발(R&D) 세제지원 강화, 규제 개선, 신성장동력 확보 지원 등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