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 측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 소식과 날짜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하며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한국 대통령실이 지난 15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가 이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대통령실의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일본 측과 상의 없이 앞서 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은 개최 사실이 확정되면 양국 협의 하에 동시 발표하는 게 외교 관례다.
실제로 대통령실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발표 당일에도 일본 내각의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에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하여,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나더라도 단시간의 약식 형태로 진행되는 데 그칠 것이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지만, 양국 정부의 온도 차가 두드러져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한일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전하면서 "일본 정부는 전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하는 것이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날 함께 보도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의 구조 개혁을 위한 교섭의 필요성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는 만남’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아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과 이날 연설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성공하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발언권이 커져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에 큰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