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 초대형 빅딜 급물살…인텔·퀄컴과 '공룡 컨소시엄' 가능성

■삼성, 英 ARM 인수 시동

李, 이례적으로 회사명까지 언급

접촉 계획 밝히며 담판 의지 부각

반독점 규제 피해 컨소시엄 택할 듯

출장 중 주요기업 CEO 회동 시사도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1일 유럽·중남미 출장 귀국 길에서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인 ARM 인수합병(M&A)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방한 계획을 명확히 거론한 사실을 재계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대형 인수합병(M&A) 작업의 경우 상대와의 접촉 여부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통상적인 관례임에도 이 부회장은 오히려 자신의 담판 의지를 부각하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2주간의 출장 동안 굵직한 M&A 성과에 한층 가까이 다가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ARM은 현실적으로 삼성전자의 약점을 채울 최대 M&A 후보군으로 꼽힌다. 반도체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 설계 자산(IP)을 제공하는 회사인 까닭이다.



ARM의 대주주는 손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다. 손 회장은 2020년 이 회사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다가 미국·영국·유럽 경쟁 당국의 반독점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실패했다. 당시 인수 금액은 반도체 업계 M&A 사상 최대 규모인 660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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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견제가 심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인수전에 나서더라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과 컨소시엄 형식을 택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올 5월 30일 이 부회장이 서울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났을 때도 ARM 공동 투자를 논의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ARM 인수전 참여 의사를 내비친 SK하이닉스(000660), 미국 퀄컴도 삼성전자와 맞손을 잡을 수 있는 파트너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아가 이 부회장이 이날 “ARM 경영진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역설적으로 이번 출장에서 ARM이 아닌 다른 주요 기업 CEO들과는 두루 만났음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했다. 재계에서는 ARM뿐 아니라 미국계 인공지능(AI) 기업들, 독일의 시스템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네덜란드의 ‘NXP’ 등도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초부터 이 부회장이 출장 기간 해외 곳곳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협력 기회를 타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 매주 이어지는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 일정상 그가 여전히 해외를 쉽게 드나들 수 없는 입장인 탓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도 광복절 복권 이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글로벌 경영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부회장은 16일(현지 시간)부터 영국에 머물면서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여왕 서거라는 특수한 시점은 적극적인 사업 논의에 제약이기도 했지만 각국 고위층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를 두고 “특사로 런던에 가려고 했는데 여왕께서 돌아가셔서 일정이 조금 바뀌었다”고만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연내 회장 취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회사가 잘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부회장은 복권 이후 국내외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르면 다음 달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혁신안과 함께 회장에 취임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번 출장 기간에도 이 부회장은 멕시코에서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각각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파나마에서는 중남미 지역 법인장 회의를 열고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현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회장이 아닌 인물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은 오지에서 회사를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이번 14일간의 출장은 2018년 10월 이후 가장 긴 해외 공식 일정이 됐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2017년 초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윤경환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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