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글즈’, ‘신발 벗고 돌싱포맨’, ‘우리 이혼했어요’, ‘결혼과 이혼 사이’ 등 최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혼을 고민 중이거나 이혼 후 돌싱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또는 이혼과 재결합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혼이 흠은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웠던 이혼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예능소재로 소비될 만큼 자연스러워진 셈이다.
이혼 이후 첫 명절을 맞아 이혼 브이로그를 시작한 유튜버도 있다. 바로 최근 <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에세이를 발간하기도 한 아넵 저자이다.
‘이혼브이로그 #1. 그동안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라는 다소 파격적인 타이틀의 첫 영상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널리 알려지기 시작해 조회수 100만뷰를 넘었다.
아넵 저자는 단지 가부장제의 경로를 벗어난 자신의 일상을 솔직히 기록한 것뿐인데 응원의 댓글과 함께 엄청난 악플 폭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 그녀는 이혼이라는 사고를 최선을 다해 수습하면서 나를 보호하고 혼자 바로 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이혼 후 행복한 인생만 펼쳐질 거라는 막연한 해피엔딩을 꾸며내지도, 역시 혼자가 제일이라며 사람들에게 이혼을 권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식음을 전폐하고 복수를 꿈꾸는 등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찬 결혼 실패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이혼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저자가 이혼을 고민할 때 가장 간절했고 궁금했던 질문들, 평범한 사람들이 상처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이혼을 겪고 비로소 시작하게 된 홀로서기의 과정이 제주에서의 소박한 풍경과 함께 담담하고 위트 있게 펼쳐지며 중간 중간 정겨운 제주 사투리와 현지인이 보장하는 숨은 맛집 리스트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