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NFT 하나가 수십 억 원에 거래되는 세상입니다. 열기가 이어질지 이대로 식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NFT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NFT를 발행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NFT를 사고 싶어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NFT는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대체 왜 인기가 많은 건지 [도예리의 NFT 레이더]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부하면서 유망한 NFT 프로젝트를 가려내는 식견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영화, 애니메이션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조명되지 않은 인물들도 저마다 개성과 사연을 갖고 있다. 조연이지만 그들의 삶에선 주인공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해리 포터와 앙숙인 드레이코 말포이나 두들리 더즐리 시각에서 다뤄진다면 같은 사건도 색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렝가 NFT는 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로 보인다. 공식 홈페이지에선 렝가를 “아티스트 더티로봇(DirtyRobot)이 개발한 1만 개의 수작업 콜렉션으로, 각각의 정체성은 렝가의 광범위한 스토리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렝가는 예술이자 스토리텔링의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NFT로 발행된 각각의 인물에 담긴 스토리가 렝가 유니버스에 포괄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부터 렝가 NFT를 1만 개 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렝가 블랙박스 NFT가 먼저 발행됐다. 이 블랙박스에는 렝가 팩토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담겨 있다. 보유자가 렝가 블랙박스를 여는 데는 가스비 외에는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블랙박스를 열면 인물 NFT인 렝가 NFT를 드러낼 수 있고, 블랙박스 NFT는 소각된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40분 오픈씨 기준 렝가 블랙박스 NFT는 2662개가 남아 있고, 렝가 NFT는 7339개가 거래됐다. 도합 1만 1개인데 1개 차이는 오픈씨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오차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렝가 블랙박스의 플로어 프라이스 가격이 더 높다는 점도 재밌다. 같은 시간 렝가 블랙박스 NFT의 플로어 프라이스는 1.94ETH이고 렝가 NFT의 플로어 프라이스는 0.99ETH다. 렝가 블랙박스의 남은 수량이 더 적고, 아직 스토리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거래량은 렝가 NFT가 앞섰다. 지난 21일 기준 렝가 NFT 거래량은 전일 대비 15% 증가한 275ETH로 오픈씨 거래량 7위를 기록했다. 거래량 상위 20권 내에서 렝가 블랙박스 NFT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스토리텔링’을 커뮤니티를 결속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여타 프로젝트와는 다르다. 홀더들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며 렝가 유니버스의 구성원으로서 돈독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웹툰이나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스토리텔링이 담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렝가의 시도가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