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를 연내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오전 8시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출근길에서 기자와 만나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해 전 임직원들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며 “포항제철소를 계획한 대로 가동시키겠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를 조기에 가동시켜 거래 기업과 협력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6일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최 회장이 언론과 직접 만나 공장 복구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차에서 내린 최 회장은 ‘태풍 피해 복구가 잘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한 어조로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 최 회장은 “포항 현장을 다녀왔는데 (피해 복구를 위해) 임직원들이 너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며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드러냈다. 대외적으로는 ‘연내 공장 전면 재가동’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안으로는 고생하는 임직원들을 다독이는 꼼꼼함을 잊지 않은 것이다.
최 회장이 내부 직원들을 챙긴 배경에는 최근 발생한 경영 개입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제품 생산의 핵심 설비인 압연 라인이 이번 태풍으로 침수된 것은 인근 냉천이 범람해 발생한 자연재해에 가깝다. 하지만 당정이 태풍 피해와 관련해 그룹 수뇌부를 겨냥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경영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사태가 커지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정부는) 포스코 경영진 문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룹 수뇌부가 옷을 벗으며 부침을 겪어왔다. 최 회장의 임기가 2024년까지인 만큼 포스코를 장악하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내부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면서 태풍 피해를 복구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최 회장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로 포스코의 실적이 꺾인 상황에서 태풍 피해로 발생한 매출 손실도 메워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 회장이 위기에 특화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재무통 출신인 최 회장은 평소 일처리가 꼼꼼하면서도 주위 얘기를 경청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추진력과 돌파력이 뛰어나 가치경영실장과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면서 포스코 구조 조정(2015~2016년)에서 큰 성과를 냈고 2016년 부사장,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같은 최 회장의 위기 극복 리더십이 있었기에 태풍 피해 직후 이어진 정치 공세에도 포스코가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침수된 설비들의 재가동 일정과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 규모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막았다. 최 회장도 17일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직접 삽을 들고 진흙과 뻘을 퍼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과 불굴의 의지로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서 철강 수급에 지장이 없도록 연내에 공장을 모두 정상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