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재테크

2019년부터 보증 줄었는데 대출은 늘어…무보증 특혜대출 의심 더 커져

[태양광 펀드 전수조사]

■ 은행권 태양광 날림심사 의혹

2018년 저수지 태양광 특혜 의혹 등

윗선 대출 압박 의혹 꾸준히 나와

금감원 차원 고강도 조사 이뤄질듯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앞세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태양광 대출의 여신 심사를 의도적으로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저수지 태양광발전 사업 논란에는 농협·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당시 국감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보가 사업비의 90%를 보증하면 나머지 10%도 무조건 신용대출이 나갈 수 있게끔 정부가 압박을 가했다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이 정부부처와 유관기관을 소집한 장본인으로 거론됐을 뿐이다.



최근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태양광 설비 확충과 관련해 2616억 원의 전력산업기반기금이 부당 집행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대출 심사 결과를 따지지 않는 ‘조건 없는 무보증’ 방식의 특혜 대출이 실재했는지도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12개 은행의 태양광발전 관련 시설 자금 대출 잔액은 1조 80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운영 자금을 포함한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전체 대출액(5조 6110억 원) 중 26.7%(1조 4970억 원)가 담보물 가치를 초과한 무리한 대출로 분류됐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은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필요 자금 지원 대출 전용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전후인 2017년 들어 상품을 내놓았는데 소요 자금의 최대 80~90%를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 중 신한은행은 최대 대출 한도를 20억 원 이내로 못 박고 있다.

태양광발전 사업자가 은행권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사전 정지 작업이 요구된다. 태양광 시설 및 토지에 대한 담보를 취득해야 하고 기관기계종합보험(CMI) 가입도 선행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발전사업허가증 △사용 전 검사 확인증 △공급 인증서 발급 대상 설비 확인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공급 인증서 매매계약서 △그 외 사업자 등록증 등을 구비해야 한다.

신보도 사업 안정성 등을 고려해 태양광발전 시설 자금에 대해 별도 강화된 요건을 마련했다. 차주는 시설 설치 후 담보 취득 및 보증 금액 최소 30% 이상 의무 해지 등 특약도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태양광발전 시설 자금 보증의 부실률은 일반 보증 대비 현저히 낮다는 게 은행과 신보 측 설명이다. 실제로 표면상 은행권 연체 건수도 한 자릿수(8건)에 불과한 데다 액수 역시 26억 6300만 원 정도로 크지 않다. 은행들이 아직 부실 우려에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 기간 내내 당시 야당 의원들은 이른바 ‘저수지 태양광 특혜성 대출’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해 저수지 등 농업 생산 기반 시설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기간에 실적을 내고 친문 인사 이권을 위해 기획재정부 등이 은행들에 내부 여신 규정을 위반한 대출을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일부 의원은 당시 청와대 비서관 실명을 입에 올리면서 이번 사업을 주도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저수지 태양광발전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인 저수지를 마을 협동조합에 임대하고 수면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사업비의 90%는 신보의 보증을 끼고 은행이 대출해주며 나머지 10%는 은행이 대출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대출이 이뤄지도록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 현 여당 정무위원들은 과거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이 풀린다면 문 대통령 재임 시절 태양광 대출이 급증한 데 영향력을 행사한 윗선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금융 당국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에서 태양광과 관련된 여신이나 자금 운용이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형태라고 해 어떤 형태로 자금이 나가 있는지와 그 구조가 어떤지 보려 한다”며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유현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