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를 발표해도 주가는 크게 안 오르는데 악재에는 주가가 너무 크게 빠지고 있습니다.”
24일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주식 장이 안 좋긴한데 제약 업계 쪽은 특히 더 안 좋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업계는 임상 연구 결과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소식을 공개해도 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는 반면 임상 관련 부정적인 소식에 대해서 주가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128940)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이달 9일(현지 시간) FDA로부터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마케팅·영업 등의 시판 준비를 끝마치고 연내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미국 출시 제품명을 ‘롤베돈’으로 확정했으며 시장 공략을 위해 미 전역에서 영업과 마케팅 인력을 충원한 바 있다. 영업 인력들은 현재 미국 각 주에 위치한 핵심 암센터 등과 접촉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과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최대한 신속히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미약품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8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오전 11시께 전날 종가 대비 8000원(2.75%) 상승한 29만 9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고가는 30만 6500원을 기록했으며 거래량은 2만 주에 육박한 1만 7934주다. 오후 2시께 29만 7000원으로 상승세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날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유가증권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주가 상승은 향후 장기적인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FDA 시판 허가에 3% 상승한 주가는 ‘포지오티닙’ 이슈로 곤두박질 쳤다. 21일 FDA의 항암제자문위원회(ODAC)에서는 포지오티닙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담은 브리핑 문서를 발표했다. 이 여파로 한미약품의 주가는 15.5% 가량 하락했으며 시가총액은 50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선 포지오티닙이 한미약품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ODAC의 의견이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HLB(028300)도 ‘리보세라닙’의 간암 임상 3상의 성공적인 결과를 공개했음에도 웃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HLB의 주가는 13일 장중 고가로 5만 7500원을 기록하며 급등한 바 있다. 이같은 상승세는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이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22개월을 넘어선 것에 따른 결과다. 회사 측은 “세계 최초로 20개월의 벽을 넘어섰으며 간암 치료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공개했음에도 HLB의 주가도 역시 대폭 하락했다. HLB 측에선 주가 하락 현상에 대해 임상 결과 관련 악의적인 ‘소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한 언론은 HLB의 글로벌 임상이 국제 표준에 맞지 않다고 보도했다. 해당 언론은 종양 분야 교수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발표된 3상 임상시험이 보편적인 글로벌 연구로 보기엔 어렵다”며 “대상 환자 대부분이 아시아인인데다가 그나마도 중국계(중국·대만·홍콩)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임상에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 연구는 대다수가 아시아인(83%)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7.3%만이 비 아시아인이다.
이에 HLB의 주가는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병용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음에도 2주 후인 22일 기준 1만 5000원 가량 하락하며 4만 2000원 선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HLB는 “임상 3상 프로토콜은 반드시 FDA 리뷰를 거쳐서 진행한다”며 “FDA와 협의를 통해 인종별 환자 구성에 대해 적절성을 검증 받고 HLB의 임상도 그렇게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공매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가 하락 당시 공매도 비율이 15%가 넘는다”며 “이 때문에 주가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