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일 세계 방산 업계의 시선이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 집중됐다. 미국 군수 업체 노스럽그러먼이 TV 중계 광고 시간에 내보낸 차세대 전략 폭격기 영상 때문이었다. 광고에서 노스럽그러먼은 자신들이 제작했던 전투기 라인업을 차례로 소개한 뒤 새 전폭기의 실루엣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세계가 전혀 보지 못했던 폭격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가 슈퍼볼에 데뷔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해 10월 미 국방부는 차세대 전폭기 개발을 담당할 최종 사업자로 노스럽그러먼사를 선정했다. 새 스텔스기는 2026년 이후 노후화하는 기존 3대의 전폭기(B 1, B 2, B 52)를 대체하게 된다. 미 공군은 새 전폭기 명칭을 장병들의 공모에 부쳐 ‘B 21’로 정했다. 뒤에 붙는 별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본토 공격에 나섰던 미 공군 ‘둘리틀 특공대’를 기리는 의미에서 ‘레이더(Raider·습격자)’로 지었다.
‘B 21 레이더’는 스텔스 기능을 보강했다. 적의 감시 레이더에 ‘큰 새’ 크기로 잡히는 B 1B와 달리 ‘골프공’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동체와 날개가 B 2와 유사한 가오리형이지만 더 작고 가볍다. 기체 폭이 약 46m로 B 2보다 6m 정도 작고 무장량도 약 13.5톤으로 절반 수준이다. 무인 조종도 가능하다. 가격은 1대당 6억 3900만 달러(약 8900억 원)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6대의 테스트기가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공장에서 최종 조립 단계에 있다. 미군은 100여 대의 B 21을 확보해 4년 뒤 실전에 투입하기로 했다.
미 공군이 최근 보도 자료를 통해 “올해 12월 초 B 21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점진적으로 기존 기종을 대체해 미 공군에서 중추적인 전략자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이달 16일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려면 확장 억제 전략이 선언을 넘어 실질적으로 가동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