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가 장악했던 민간인증서 시장에서 후발주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빠르게 추격하며 선두를 넘보고 있다. 최근 1년 통신 3사의 이용자 규모가 정체될 동안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급성장해 통신 3사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증서 이용자(발급자) 수는 약 1년 간 2배 내외로 성장했다. 네이버 인증서는 지난해 8월 1600만 명에서 올해 6월 3800만 명으로, 카카오 인증서는 지난해 8월 2000만 명에서 이달 3500만 명으로 늘었다.
양사는 통신 3사 ‘패스(PASS)’의 이용자 규모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통신 3사가 공개한 이용자(가입자) 수는 지난해 8월 업계 최다인 3500만 명을 달성한 후 같은 해 말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최근 이용자 수는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역시 정체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패스 가입자 수가 생산연령 인구인 3575만 명(지난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에 육박하는 만큼 더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주요 사업자들이 이용자 3000만 명대에 진입했다”며 “제휴처, 편의성 등 서비스 우위로 이용자를 어떻게 묶어두느냐가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자 포털과 메신저 연동을 통한 편의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네이버 인증서의 제휴처 수는 556개로 업계 최다 수준으로 알려졌다. 토스(2400만 명), KB국민은행(1100만 명)을 포함한 금융사들도 금융 서비스와의 시너지로 추격 중이다.
18개 전자서명인증사업자의 민간인증서는 2020년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후 연말정산 등 공공 서비스 이용을 위한 인증을 대신하고 있다. 무인매장 이용이나 네이버 대학생 전용 멤버십(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스튜던트) 가입 등에 필요한 신분확인처럼 민간 서비스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패스와 일부 금융사 앱은 금융·결제 인증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 자사 플랫폼의 록인(묶어두기) 효과를 키울 수 있다.
경쟁 과열에 패스의 시장 점유율 분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표상으로는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패스 앱의 통신 3사 합산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한 사람 수)는 1671만 명이었다. 2020년 12월(1630만 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MAU는 지난해 12월 역대 최다인 2026만명까지 늘었다가 올해 들어 내리 감소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서비스 표준화를 두고 업체 간 이용자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접근성 측면에서 인증 서비스를 위해 별도 앱으로 접속해야 하는 패스보다는 기존 포털,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네이버, 카카오가 더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패스는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외 본인확인기관으로서 금융·결제 인증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본인확인기관은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않고 인증서나 휴대전화, 신용카드 등으로 이용자 신분을 확인해주는 기관이다. 네이버·카카오는 자격을 획득하지 못해 플랫폼 내 쇼핑과 간편결제를 제공할 때 패스 등 외부의 본인확인을 거치고 있다. 이 시장 역시 지난해 토스에 이어 최근 카카오뱅크와 은행들이 사업 자격을 얻었고 네이버·카카오도 도전 중이라 경쟁이 심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