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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경제·금융위기로 끝나”…“美10년 국채 3.9% 다우는 베어마켓”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영국 당국이 26일(현지 시간) 후속 조치를 내놨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EPA연합뉴스영국 당국이 26일(현지 시간) 후속 조치를 내놨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EPA연합뉴스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영국발 불안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가 지속하면서 또 다시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03%, 1.11% 떨어졌는데요. 나스닥과 S&P는 오전에 반등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매도 공세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다우지수는 베어마켓(bear market·약세장)에 다시 빠졌고 S&P500은 연중 저점을 갱신했는데요.

월가는 영국 상황에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 대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달러 인덱스는 급등세를 이어갔는데요. 환율 문제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국제유가도 강달러와 침체 우려에 하락세인데요.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3달러(2.58%) 하락한 배럴당 76.7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도 이어졌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3.9%를 넘어 3.92%를 찍었고, 2년물도 4.35% 정도까지 올랐습니다. 오늘은 혼란이 계속되는 영국의 상황과 미국의 금리, 시장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파운드화, 한때 1.03달러 역대 최저”…“영란은행, 시장불안 잠재우기 실패 영국발 글로벌 유동성 위기 가능성”


우선 주말 전후 영국 상황부터 보죠. 이날 일찍 아시아 거래에서 파운드화는 1.0350달러까지 추락했는데요. 앞서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이 시장 혼란에도 “더 많은 감세가 올 것(more to come)”이라고 강공책을 폈기 때문인데요. 시장에서는 긴급 금리인상 요구까지 나왔는데 정반대로 간 겁니다.

결국 영란은행이 움직였는데요. 투자자들은 뭔가 강한 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덕에 파운드화가 1.07~1.08달러까지 만회했는데요.

하지만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금융시장을 매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2% 인플레이션 타깃을 위해 필요한 만큼 금리를 바꾸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으로 예정된 회의(next scheduled meeting)에서 정부 발표에 따른 수요와 인플레이션의 영향과 파운드화 하락에 대한 것을 평가해보고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했는데요. 현재로서는 다음 정기 회의 때까지는 움직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파운드화는 다시 1.06달러 수준으로 약세를 보였죠. 리 하드먼 MUFG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의 외환 전략가는 “영란은행이 11월인 다음 정기회의 때까지 미루고 싶어하는 것 같아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영국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악화하면 파운드화는 새로운 최저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노무라 증권은 연말까지 파운드화와 달러 사이의 패리티(parity)가 깨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영국 정부는 당장 감세와 에너지 보조금 지급 계획을 철회할 생각이 없으며 영란은행도 긴급 회의를 열 의지가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늦게 11월23일까지 세금과 지출 내역을 담은 재정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는데요. 아마 이때까지 시장이 진정되기를 바라며 시간을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파운드화 추이. 영란은행, WSJ파운드화 추이. 영란은행, WSJ


실제 월가에서는 영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BOE(Bank of England)의 긴급 성명 △긴급금리 인상 △양적긴축(QT) 일시중지 △직접 시장개입 △11월까지 버티기 등의 시나리오를 제시했었는데요. 이날까지만 보면 베일리 총재가 발언은 했지만 즉각적인 행동에 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시장 개입이나 버티기 등이 가능합니다. 크리스 터너 ING의 환율 전략 헤드는 “영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며 “U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영국은 외환보유고가 1080억 달러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젠스 노르드비그 엑산테 데이터 설립자는 “환율개입은 단지 몇 분 정도의 해결책”이라고 했는데요.

버티기도 쉬운 건 아닙니다. 재정계획을 발표할 11월까지 시장이 계속 요동치면서 패닉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중기계획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도 있습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외부 고문인 제라드 라이온스는 “영국 정부가 감세가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임을 시장에 확신시켜야 한다”며 “시장은 여전히 재정완화가 필요한지, 인플레이션을 안 일으키는지, 그리고 감당 가능한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핵심은 라이온스의 말대로입니다. 영국 정부와 영란은행의 신뢰가 깨지고 있는데요. 이날 한때 영국의 2년 물 국채금리가 4.45%까지 폭등하면서 영국의 정책금리(2.25%)와 최대 2%포인트(p)가량 벌어졌죠. 이후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영국 정부가 일부 정책 취소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회의 때 최소 1%p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윌슨 “달러 강세 무언가 부러뜨릴 수 있어”…“인플레 피크일 수도 있다는 콜린스 대세 못 바꿔”


문제는 영국의 금융불안이 다른 나라로 확산할지 여부죠. 에드 야데니 야데리 리서치 설립자는 “우리는 비관주의가 서로 다른 이유로 여러 국가들을 뒤덮는 우울한 시기에 있다”고 봤습니다. 유로-달러 환율도 0.96달러까지 하락했죠. 엔화와 위안화, 원화의 약세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직은 괜찮다지만 달러가 앞으로 한 6개월 정도 더 올라가면 글로벌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환율은 금리와 성장률, 두 가지의 요인이 크다고 보면 미국과 달러스와프가 없는 국가들(한국 포함)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영국은 감세가 주는 경제성장 효과보다 금리상승에 따른 성장 억제, 유럽 전체로는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 한국은 수출감소에 따른 펀더멘털 약화 등 성장 요인이 적지 않다는 거죠. 보기에 따라 핵심은 금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금리를 중립수준(경기를 더 과열시키키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상태)까지 올려보자고 하면서 QT를 금리정상화 이후로 미루는 것도 인플레와 경기둔화를 함께 고민한 결과인데요.

하지만 흐름이 계속 나빠진다면 글로벌 위기가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영국의 5년 물 국채금리가 4.06% 수준으로 4%를 밑도는 이탈리아나 그리스보다도 높아졌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한데요.

모건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 마이클 윌슨의 생각도 같습니다. 그는 “이러한 달러강세는 역사적으로 금융,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며 “만약 무엇인가 부서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경고했죠. 이날도 달러 인덱스는 114를 넘어 한때 114.25를 기록했는데요.

연준이 2021년 9월에 내놓은 점도표. 2022년 금리 예측수준이 놀랍다. 연준연준이 2021년 9월에 내놓은 점도표. 2022년 금리 예측수준이 놀랍다. 연준


월가의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연준이 너무 세게 말하고 있으며 침체 우려가 훨씬 더 크다”며 연준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요. 그는 “1년 전 9월에는 인플레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올 9월에는 지나간 데이터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다”며 “지난 2년 간의 연준의 정책은 형편없으며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새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에 오른 수전 콜린스도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진다는 확실한 신호를 봐야 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고 이미 정점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중대한 경제나 지정학적 사건은 통화정책이 더 긴축됨에 따라 우리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동조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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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콜린스의 말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쳤느냐도 따져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미 전역의 8월 아파트 렌트값이 전월 대비 -0.1%를 보였다는데요. 2년 만의 처음이라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멉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이날 “금리인상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일자리를 없애겠지만 그것이 경제가 심각한 침체로 간다는 건 아니”라며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는데요. “영국이 유럽과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보겠다”는 언급도 했지만 이는 연준의 정책 변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불확실성이 있을 때는 정책가들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며 “왜냐하면 공격적인 사전적 조치는 실질적으로 다가올 최악의 결과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죠. 그래서인지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는 경기침체 확률이 98%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매수세 돌아올 움직임 없어 우울한 S&P 3000 전망” vs “과매도 상태 바닥 다지고 있다” 주장도


이날도 시장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는데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한때 32.88까지 뛰면서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상승폭만 8%가 넘었습니다.

현 상황에서 시장이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금리 안정화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 △적정 수준의 어닝 등이 필수라는 분석이 많죠. 미국의 가장 오래된 기술분석 업체 로우리(Lowry)는 “가격이 얼마나 낮거나 투자자들이 얼마나 패닉에 빠졌든 간에 주가가 상당히 오르려면 굳건한 수요가 필요하다”며 “불행하게도 지금은 수요가 돌아온다는 신호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이날도 기본 가정은 S&P500이 3400, 최악의 경우 3000임을 재확인했는데요.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는 노동시장의 견고함을 예로 들며 “금융시장은 금이 갔지만 경제는 금이 갔다는 신호가 없다. 경제가 금이 간다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인데요.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 914명을 대상으로 한 MLIV 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3분의2가 기술기업의 실적이 올해 내내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기술주가 10%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가 매수를 뜻하는 바이 더 딥(buy the dip) 전략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기도 했는데요.

월가에서는 연말 랠리 기대도 줄고 있습니다. 에드 클리솔드 네드 데이비스의 수석 미국 전략가는 “경제와 어닝이 얼마나 빨리 둔화하느냐가 연말 랠리가 가능한지 여부를 가를 것”이라며 “역사적 기록을 보면 매우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연말까지 랠리 가능성은 올 것 같지 않다”고 봤지요.

이 때문인지 투자자들도 현금성 자산에 돈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미국 머니마켓뮤추얼펀드에 들어있는 돈이 4조6000억 달러, 초단기 채권펀드에 1500억 달러가 있다는데요. 약 5조 달러의 돈이 어디로 갈지 대기 중이라는 거지요. 댄 나일스 사트로 펀드 설립자는 “현금을 갖고 있으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 국채 상황이 좋긴 합니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비팅은 “우리는 내년 기업의 주당순이익(EPS)가 10%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채를 사는 것이 2023년 경기둔화를 대비하는 좋은 길”이라고 했는데요. 이날 10년 물만해도 3.9%를 넘어 4%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미국 증시가 나쁘지 않으며 바닥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들도 나오는데요. 최근 급격히 떨어진 만큼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씨티의 스콧 크로너트는 “우리는 이번 주의 S&P 3650선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든 아니든 우리의 기본 시각은 3분기 기업 어닝이 회복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단기간 내 거시경제 측면에서 좋은 소식은 없겠지만 연말 목표 4200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는데요.

강세론자인 JP모건체이스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시장이 과매도된 상태로 바닥을 형성할 수 있다. 다음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앞두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인플레에서 고무적인 신호가 있다"며 “시장은 이제 연준이 대규모의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임을 알지만 계속해서 매파적 정책 스탠스가 유지될 것이라는 추정은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언젠가는 정책 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거죠. CFRA의 샘 스토발은 “시장이 과매도됐다. 안도랠리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에서 체결된 풋옵션(Put option) 거래건수가 3400만 건으로 2008년 자료 작성 이후 사상 최고라는데요. 시장 전반에 공포감이 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내년 말까지 2조8000억 달러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겨울이 추워 에너지 문제가 발생하면 손실은 더 클 거라고 하네요. OECD는 내년에 독일이 -0.7%의 역성장을 할 것이라고 봤는데요.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파월 의장이 내일(27일) 오전7시30분에 콘퍼런스 연설이 있는데 어떤 말을 할지 봐야 하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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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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