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국가예산 육박한 100대 기업 '빚'…고금리에 곡소리

[100대 기업 재무제표 분석]

■부채 588조…1년만에 53조 쑥

이익 주는데 임금·이자 등만 급등

'금융으로 충당' 기업들 수요 폭발

상반기 호실적 삼성조차 8조 껑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부채 총계가 최근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이익은 줄어드는데 원자재 값, 임금, 이자 수준만 크게 오르자 당장의 비용부터 금융으로 충당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채 총계란 기업이 떠안고 있는 빚의 총합을 뜻한다. 이들 가운데 달러로 빚을 낸 회사일수록 어려움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100대 기업 수준의 체력조차 갖추지 못한 회사들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금리 부담에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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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경제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지난해 말 기준, 공기업·금융사 제외)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부채 총계는 3년여 만에 무려 100조 원 이상 더 늘었다. 2019년만 해도 1년 내내 400조 원대에 머물렀던 100대 기업 부채 총계는 2020년에도 대체로 500조 원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된 올 들어서는 1분기 587조 6237억 원, 2분기 588조 7055억 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안(604조 4000억 원)과 비슷하고 11대 그룹이 5월 약속한 5년간 투자 액수 1060조 6000억 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기업별로는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005930)조차 1년 전보다 8조 원 이상의 빚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46조 4747억 원이었던 삼성전자의 빚은 올 2분기 55조 568억 원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000660)도 회사 빚이 같은 기간 18조 3467억 원에서 28조 3176억 원으로 1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16조 4327억 원에서 20조 2117억 원으로, LG이노텍(011070)은 3조 3014억 원에서 3조 9007억 원으로, 삼성전기(009150)는 1조 5212억 원에서 1조 7482억 원으로 각각 빚이 증가했다.

자동차 대표 업체인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의 부채 총계도 이 기간 25조 6775억 원, 19조 1012억 원, 7조 5524억 원에서 28조 4616억 원, 20조 1241억 원, 8조 3879억 원으로 모두 상승했다. 정유·화학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011170)이 4조 3739억 원에서 5조 3848억 원으로, 삼성SDI(006400)가 4조 5953억 원에서 6조 2589억 원으로 각각 부채를 늘렸다. 고려아연(010130)은 8776억 원에서 1조 3917억 원으로 빚이 조 단위로 뛰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부채 역시 7조 1187억 원에서 10조 3759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주요 대기업을 제외하면 올 상반기부터 이미 이익이 줄어든 회사가 많아 하반기에는 고금리에 따른 금융 비용이 훨씬 더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장기보다 단기 자금을 구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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