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제유가 하락에도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자 교역조건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17개월째 이어진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올해 8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로 전년 동월 대비 10.3%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도 0.3% 하락해 1988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달 물건 하나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이 0.82개라는 의미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국민 실질소득 감소와 함께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8월 대규모 무역적자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돼야 하는데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보인 데다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등 수출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8월 수입금액지수는 184.49로 전년 동월 대비 28.8% 오르면서 21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제1차 금속제품 감소에도 광산품,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 증가했다. 수입물량지수는 136.17로 전년 동월 대비 13.4% 올라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제1차 금속제품 감소에도 광산품,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운송장비 등이 늘었다.
수출금액지수는 136.84로 전년 동월 대비 7.2% 올라 22개월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가 줄었지만 석탄 및 석유제품, 운송장비 등이 증가했다.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한 122.43으로 두 달째 올랐다. 화학제품 감소에도 석탄 및 석유제품, 운송장비 등이 늘었다.
서 팀장은 “8월 폭염 등으로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수입물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기초 중간재인 반도체 수입이 증가세를 보인 데다 승용차 수입도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