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워룸(war room·지휘통제실)’ 가동에 돌입했다. 총수들이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쓰나미’ 상황을 살피고 투자 계획과 사업 방향을 재점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기업들이 전시(戰時)에 준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이날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전자·디스플레이·화학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대면 워크숍을 주재했다. LG그룹이 대면 사장단 워크숍을 개최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구 회장과 사장단은 복합 위기 상황을 체크하고 대응 방안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 회장은 주요 안건인 ‘고객 가치 강화’와 함께 강도 높은 위기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SK(034730)그룹도 최태원 회장 주재로 다음 달 ‘CEO 세미나’를 사흘간 열고 위기 상황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비상 계획)’을 마련한다.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투자 비용 부담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 역시 다음 달 사장단과 전 임원이 참석하는 그룹 경영 회의를 열기로 했다. 7월 사장단 회의에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긴급회의를 갖는 것이다. 재고자산이 증가하고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현금 중심의 긴축 경영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26일 2년여 만에 전자·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이 모인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오찬을 함께하며 경영 환경을 체크하고 향후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슈가 있는 현대차(005380)그룹은 수시로 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며 “다만 이 위기를 넘기면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투자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