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당국이 널뛰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과정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외환시장에서 154억 900만 달러를 팔아치웠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3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30일 한국은행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외환 당국 순거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환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실시한 외환 순거래액은 -154억 900만 달러로 공개됐다. 올해 2분기 평균 환율(1261원 12전) 기준으로 환산하면 19조 4000억 원이 넘는다. 올해 1분기 순매도 개입 규모(83억 1100만 달러)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외환 당국이 올해 상반기에만 우리 돈 30조 원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 안정을 위해 쏟아부은 셈이다. 구체적인 매도·매수 규모는 공개되지 않는다.
외환 당국은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과도한 급변동이 발생할 때는 양방향으로 시장 안정 조치를 한다.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4월 1일 1215원 50전에서 6월 1298원 40전으로 오를 만큼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보유액을 팔아 시장에 개입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3월 말 4578억 1000만 달러에서 6월 말 4382억 8000만 달러로 195억 3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외환 당국의 순매도 규모가 15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했던 2020년 1분기도 58억 5100만 달러 개입하는 데 그쳤다. 올해 3분기는 미 연준 긴축에 엔화·유로화·위안화 등 주요 통화 약세로 환율이 1440원까지 오른 만큼 더 많은 규모의 순매도 개입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2018년 외환 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을 추진하면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공개 시차는 대상 기간 종료 이후 3개월 이내다. 올해 3분기 시장 개입 내역은 12월 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