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세돈의 경제통감]환율 안정 비상수단 마련하라

숙명여대 명예교수

'한미 금리 일정한 역전상태 유지'

한은총재 발언, 원화약세 부추겨

즉각 금통위 열어 불확실성 없애고

기업·개인은 투기적 거래 삼가야







예상했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이 자국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따라 올렸다. 노르웨이가 0.5%포인트, 스위스 0.75%포인트, 대만 0.125%포인트, 영국 0.5%포인트, 인도네시아 0.5%포인트, 필리핀 0.5%포인트, 홍콩 0.75%포인트 등이다. 미국이 올릴 것에 대비해서 일찌감치 올린 스웨덴이나 캐나다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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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폭은 미국 인상 폭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적이 있다. 미국보다 덜 올리겠다는 선언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일정한 역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말이었다. 나름대로 베이비스텝(0.25%포인트)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사전적 예고(forward guidance)를 던져서 금융시장에 위안을 줄 목적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후 우리나라 환율은 크게 불안해졌다. 8월 1일 달러당 130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9월 28일 1440원으로 뛰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일정한 역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한은 총재의 발언이 원화 약세를 부추긴 것이 확실하다. 기준금리 역전에 관해 미리 언급할 필요나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한은 총재의 실언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연말 기준금리(예상치)를 4.4%로 잡으면서 한두 차례 ‘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경솔한 발언이었고 알고도 그랬다면 의도적으로 잘못된 사전 예고를 던진 셈이다. 며칠 전 한은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에 4% 이상으로 갈 것을 몰랐다고 하면서 베이비스텝 인상 사전 예고를 사실상 철회했다. 그러나 한미 간 금리 역전을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빅스텝(0.5%포인트)으로 인상한다 하더라도 0.25%포인트 금리 역전이 유지되는 셈인데 연준이 11월과 12월에 1.25%포인트를 더 올린다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커진다. 지금까지 발언을 종합해보면 금리 역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너무 크다. 무역수지 적자가 5개월 연속 점점 커지고 있어서 올해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직까지 외국인 국내 투자가 대규모로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라도 빠져나갈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따라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된 10월 12일까지 20여 일 동안이나 한미 간 금리 격차를 0.75%포인트로 방치하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일이다. 금리 불안 리스크를 서둘러 줄여줘야 한다. 한국은행은 즉각 금통위를 개최해서 불확실성을 해소해 줘야 한다. 인상 폭은 한은이 결정하면 된다. 어차피 올릴 것이라면 몇 주 뒤로 미룰 이유가 하나도 없다. 특히 환율 움직임은 ‘이력 현상(hysteresis)’이 있어서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잡아줘야 한다. 정책 당국의 구두 개입이나 혹은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로 환율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는 있겠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또 10월 이후 연말까지 예상되는 지속적인 미국 기준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발생하는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해 비상수단을 미리 아껴둘 필요도 있다.

그러나 환율 시장의 안정을 한국은행이나 정책 당국에만 맡길 수는 없다. 외환시장 참여자들도 시장 안정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내국 기업이나 개인이나 금융기관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외환 거래가 외환시장 안정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꼭 필요한 실수요 외환 거래가 아니면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투기적 거래를 삼가야 한다.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국인 혹은 내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보유 외화 자산을 국내로 유입해 주면 더더욱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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