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는 대지급금제도(체당금제도)를 운영한다. 제도는 경영난이든, 고의든 임금 체불 사업주를 대신해 정부가 임금채권보장기금에서 체불임금을 주고 다시 사업주에 지급한 금액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체불피해 근로자 구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선 것이다. 이 금액은 5년간 2조323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제도 운영기관인 근로복지공단 인력 상황이다. 이 곳은 대지급금 신청을 받는 일과 지급한 대지급금을 회수하는 일을 함께 한다. 대지급금을 갚지 않는 사업주의 자산동결 후 매각, 분할납부, 사업장 지도 등 회수 업무는 사람이 할 일이다.
그런데 회수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90여명이 이 일을 맡는데, 1명당 1100여곳의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다. 간이대지급금이 신설되고 재직자도 대지금급을 이용하면서 5년도 안돼 담당 사업장 수가 4배 넘게 늘었다. 특히 2019년 간이대지급금 상한액이 인상되면서 신청이 급증하게 관리해야 할 사업장도 급격하게 불어난 탓이다. 공단은 난감하다. 현 정부 기조상 인력 증원은커녕 인력을 줄여야 한다. 결국 신청 업무 인원을 회수 업무에 투입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공단 관계자는 "대지급금은 임금체불 피해자 구제대책으로 사업주를 선별해 쓰게할 수도 없는 제도"라며 "회수 업무 인력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올해도 고용부 국정감사장에서 매년 1조원이 넘는 임금체불 해결 방안에 대한 질타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임금체불은 업무 인력 증원없이 해결이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고용부 국정감사를 담당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고용부의 대지급금 회수율 내역을 공개했다. 한 때 40% 후반이던 회수율은 2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다시 말해 체불사업주에 빌려준 돈이 정부로 돌아오는 속도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회수율을 높이지 않으면 임금채권보장기금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며 "구상권 청구 강화 등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회수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5년 간 소멸시효로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은 429억원에 달한다.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 돈 429억원을 영영 못 받게 된 것이다. 공단은 3년 소멸시효가 지나고 누적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소멸정리를 한번 더 한다.
인력 증원이 회수율 제고의 빠른 해결책으로 떠오르지만, 거꾸로 가고 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복지공단은 정원을 107명이나 감축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지난달 말 공공기관장을 불러 인원 확대 대신 "강도 높은 혁신을 하라"고 결이 같은 주문을 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3년인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소멸시효가 5년으로 늘어나면 대지급금 회수 업무도 이전보다 숨통이 튼다. 늘어난 2년 동안 회수 업무를 더 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그동안 대지급금을 이용하는 사업장이 대부분 영세한 탓에 매몰차게 회수 압박을 못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기간이 늘면 압류, 강제매각이 아니라 분할납부와 같이 사업주 스스로 갚을 시간을 더 줄 수 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작년 7월 소멸시효 연장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멸시효를 높이면 궁극적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체불사업주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3대 노동학회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임금체불죄의 공소시효가 3년에서 5년으로 변경됐다"며 "임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5년으로 늘려 소멸시효와 공소시효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