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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늑대사냥' 장동윤, 눈빛으로 말하는 법

'늑대사냥' 장동윤 /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늑대사냥' 장동윤 /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대사 없이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뚫고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눈빛으로 전달한다면, 배우로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배우 장동윤이 영화 '늑대사냥'을 통해 성장한 점도 이와 같다. 여기에 새로운 장르와 액션을 만난 그는 '늑대사냥'을 통해 얻은 게 많다.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필리핀에서 한국까지 이송해야 하는 가운데 극한 상황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이다. 도일(장동윤)은 호송선에 타고 있는 범죄자다. 묵묵히 한국으로 향하던 중 종두(서인국) 무리가 배를 탈취하고, 배 안의 다른 존재가 눈을 뜨면서 대적하기 시작한다.

도일은 영화 중반부까지 의도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는 캐릭터다. 때문에 초중반에는 대사보다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장동윤은 이 지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도일은 대사로 드러나는 것보다 현장에서 만들어졌을 때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기대감과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감독님과 시나리오 얘기를 해봤는데, 감독님이 정말 좋아하시는 장르였어요.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걸 잘할 거라고,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님이 도일 역에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친해지고 난 뒤에 여쭤본 적이 있어요. 감독님이 옛날에 복싱을 하셔서 복싱에 비유하셨죠. 오른손을 쓰는 오서독스와 왼손을 쓰는 사우스포 스타일이 있는데, 오서독스는 정석적이고 사우스포는 변화적이에요. 작품에서는 제가 오서독스고 종두가 사우스포예요. 제가 아마 정석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나 봐요."(웃음)

'늑대사냥' 스틸 / 사지=TCO더콘텐츠온'늑대사냥' 스틸 / 사지=TCO더콘텐츠온


도일이 정석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표현이 적어 연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미스터리하지만, 그 자체로 스포일러기 때문에 드러내서 행동하지 못하는 거다. 장동윤은 도일만큼 대사가 없는 캐릭터는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첫 촬영 전에는 무조건 확실하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죠. 도일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있어야 되는지 고민했죠. 누가 봤을 때 그냥 중요한 인물이 아닌 것처럼 있다가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설정상 힘들었어요. 대신 관객 입장에서 제 존재감이 드러났다고 판단됐을 때, 좀 더 표현하기로 했죠."

"외적으로는 운동과 체중 관리를 기본적으로 했어요. 머리를 길러볼까, 짧게 할까 고민도 많이 했죠. 이때 제작진들이 이미지 콘셉트를 잘 잡아줬어요. 톤 다운도 하고 주근깨 분장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캐릭터에 비해 깔끔하게 나온 편이에요."(웃음)

대사가 적은 연기는 어려웠지만, 장동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그는 "보통 대사가 명확하게 있고, 그 안에서 감정 표현을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오히려 한 마디 대사를 할 때 더 간절하게 진정성을 부여하게 되더라"며 "연기적으로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잘 드러내지 않는 도일과는 다르게 종두는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거친 비주얼은 물론 행동, 말투, 액션 등이 모두 파격적이었다. 장동윤은 이런 종두의 모습을 모니터 뒤에서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직 연기 변신을 꾀할 단계가 아니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종두를 보면서 서인국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다 싶었어요. 제도 도일이 아니라면, 종두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하지만 변신을 한다는 건 경험이 많은 배우가 해야 되는 거잖아요. 관록의 배우가 돼야 하는데, 저는 아직 언급할 단계조차 아니라고 생각해요."

액션신은 촬영 전 배우는 것보다 현장에서 준비하는 게 많았다고. 촬영 전에는 '늑대사냥' 속 액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우선이었다. 장르에 맞는 액션을 찾으려고 했는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멋있어 보이는 액션 대신 자연스러운 액션을 택했다.

"촬영 전에 아예 합을 안 맞춘 건 아니었어요. 다만 그 빈도가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적었던 거죠. 감독님이 짜인 합보다 리얼한 느낌을 살리기 원하셨어요. 특히 이번에는 가볍게 때렸는데, 더 세 보이는 걸 보여줘야 돼서 여유 있어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늑대사냥'은 장르적은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한없이 액션을 파고드는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즐길 수 있으나, 서사나 전개에 초점을 맞추는 관객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만큼 잔혹한 장면이 연속적으로 나오기에 호불호는 더욱 갈릴 수 있다.

"무서운 게 두려워서 못 보는 분이 계셔도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시도를 해서 오히려 자기가 모르는 장르의 취향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존에 없는 액션 스타일이에요. 외국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장르적으로도 계속 변해서 지루한 느낌이 안 들어요. 범죄물이었다가 호러에서 스릴러가 되고, 또 SF 액션으로 변해요."

해외에서 마니아 층을 형성한 장 답게, '늑대사냥'은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해외 관객을 먼저 만나서 반응을 들은 거다. 장동윤은 당시의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저도 영화를 사랑하는 한 명의 관객으로 함께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강렬하고 파격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모든 관객이 함께 환호성을 질렀어요. 우리나라 국제영화제도 가봤는데, 거기에서는 겪지 못한 경험이었어요. 역시 외국은 이런 장르를 좋아하나 봐요."



'늑대사냥'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본 장동윤은 이걸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그는 "장르적으로 좋은 경험이었고, 대사 없는 캐릭터를 만나 성장했다. 파격적인 액션도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감독님 의도 하에 원하는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그걸로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내년에 드라마 세 작품이 나올 거예요. 찍어놓은 영화는 두 편 정도 있죠. 전 항상 워커홀릭이죠. 아무래도 제가 직장인 마인드가 있나 봐요. 회사를 다니면 안 쉬고 일하잖아요. 배우에게 공백이 있는데, 저는 그걸 못 참는 것 같기도 해요.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테니 기다려 주시길 바라요."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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