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 합병 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돈을 주고 관객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푸틴 대통령은 이날 1200만원 상당의 명품 옷을 입고 연설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사람들의 선택: 함께 영원히'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의 병합 조약 체결을 기념하는 행사로 푸틴 대통령이 점령지 4곳의 친러시아 수장 4명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합병을 선언하고 축하했다. 러시아 유명 가수들이 나와 공연도 펼쳤다. 푸틴 대통령은 "4개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합병 투표에 참여했고 러시아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늘의 승리는 우리 군인과 돈바스 민병대 등이 이룬 것으로, 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만세’를 외칠 것을 제안한다"며 만세삼창을 했다.
BBC·가디언 등은 이날 행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를 보여주려고 기획됐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무대와 관객석 곳곳에서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수 만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계 카메라와 외신 기자들의 카메라에는 무표정한 러시아인들이 포착됐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행사장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 기관 등에서 강제로 동원됐다"면서 "일부는 800루블(약 2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24 TV는 붉은광장 근처에 수십 대의 버스가 주차된 모습을 보여주며, 러시아 전역에서 사람들이 동원됐다고 전했다.
현장을 찾은 BBC 기자는 "축하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비참한 분위기였다"면서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부르지 않고, 손뼉을 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발적으로 참석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상부 압박을 받고 단체 버스에 실려 왔다"면서 "일부 참석자들은 왜 거기에 있는지 말하기를 거부했고, 아예 이 행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온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고가의 명품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그가 입은 검은색 재킷은 8305달러(약 1200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명품 수트 브랜드인 브리오니 제품이다. 우크라이나 매체는 해당 브랜드에 대해 “‘러시아 독재자’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의 명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축하무대에 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의 1700만원짜리 패딩과 이탈리아 브랜드 키튼의 380만원짜리 흰색 목폴라 니트를 입었다. 당시 영국 데일리메일 등 유럽의 언론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일반 국민의 생활 경제는 무너지고 재정 상태는 나빠지고 있는데, 푸틴 대통령은 고가의 옷을 입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자 로로피아나가 속한 프랑스 명품 그룹 LVMH은 "푸틴 대통령이 우리 제품을 입고 연설했는데, 우리는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