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보기술(IT) 업체 네이버(NAVER(035420))의 주가가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신성장 동력으로 미국에서 2조 원이 넘는 인수합병(M&A) 소식을 발표했지만 적자 플랫폼 업체에 대한 ‘거액 베팅’을 두고 증권가의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는 8% 넘게 급락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까지 겹치면서 52주 신저가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네이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79%(1만 7000원) 하락한 17만 6500원에 마감했다. 네이버 주가가 18만 원 벽이 무너진 것은 2020년 4월 21일(17만 8000원)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네이버는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20거래일 중 17거래일은 하락했다.
이날 네이버의 주가 급락에는 씨티증권의 리포트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씨티증권의 존 유 애널리스트는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 주가를 19만 3500원에서 17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22만 원)이나 크레디트스위스(30만 원), 국내 증권사들 대비 40% 이상 낮은 가격이다. 씨티증권은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알파벳의 평균주가수익률(P/E)이 15.2배, 메타가 10.1배, 알리바바가 9.7배, 텐센트가 16.8배에 거래되고 있다”며 “네이버에 22.8배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적었다. 또 “네이버는 광고 부문이나 패션 카테고리에서 카카오나 쿠팡과의 경쟁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보조금 삭감이 스마트스토어의 점유율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감원하는 것과 달리 유연한 고용 역시 충분치 않아 비용 관리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네이버가 발표한 북미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수 가액은 약 2조 3441억 원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전반적으로 인터넷 플랫폼의 성장성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의 시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에 더해 에르메스 등 명품 업체와 나이키 등이 중고 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을 의무화하는 추세인 데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거액의 투자를 한 점도 불안 요소로 지적했다. 네이버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2조 4440억 원을 순매수해 두 번째로 많이 산 종목이다. 평균 35%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주가가 추가로 급락하면서 손실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