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규제 풀어 기업이 대학 근처에서 최첨단 R&D 할수 있게 해야"

[서경이 만난 사람]

■염재호 SK(주) 이사회 의장

☞대담=서정명 산업부장

학내 고층건물·기업이 대학 설립 필요

R&D예산 쪼개지말고 기초과학 집중을







“제조업체들이 대학 근처에서 연구개발(R&D)을 해야 돼요. 규제를 풀어서 대학에도 경기도 판교처럼 정보기술(IT)을 다루는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어야죠. 대학 주변은 20층이 넘는 아파트로만 둘러싸여 있고 정작 대학은 7층 이상 짓지 못하는 제도가 어디 있습니까.”

염재호 SK(034730)㈜ 이사회 의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첨단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한국의 교육 문제를 지적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총장 출신의 교육자이기에 염 의장은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서슴없이 제시했다. 그는 “초중고등학교 기금은 20조 원씩 남는데 대학 등록금만 15년간 동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국가 발전의 힘은 고등교육에서 나오는데 미국 예일대 학비가 8만 달러일 때 우리는 1만 달러도 안 되는 800만~900만 원에 머무르면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염 의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혁신이 어려우면 기업이 직접 대학을 세울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 엘리트 교육을 위해 ‘선택과 집중’ 방식을 좇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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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처들이 연간 30조 원이 넘는 정부 R&D 예산을 옛날 식으로 나눠 먹기 하고 있다”며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사례처럼 기초과학도 중요한데 각 주요 대학에 관련 전공생이 이제 200여 명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 대학 10곳의 기초과학 학부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면제하고 한 달에 50만 원씩 줘도 1년에 1000억 원밖에 들지 않는다”며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학부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가 그런 방식으로 정착에 성공해 사이버작전사령부를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염 의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한 현시점이 한국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고도 역설했다. 염 의장은 “미국에서 지난 20여 년간 중국 학생을 선호하면서 한국 학생들이 현지 유명 대학의 입학 승인을 많이 받지 못했다”며 “이제는 최정예 인력들이 미국 최고 대학원에 진출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의장은 내년 3월 개교를 준비 중인 태재디지털대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태재대는 조창걸 한샘(009240)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하는 미래 대학이다. 캠퍼스 없이 100% 온라인 강의로만 진행한다. 염 의장은 태재대 설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염 의장은 “미국과 중국·동북아시아가 서로 싸우지 않도록 하는 인재를 키우자는 게 태재대의 비전”이라며 “등록금의 10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위 1%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매일 게임을 하듯 문제 해결과 토론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며 “2학년부터 2년 정도는 미국·중국 등 4개국에 반년씩 살게 해 그 나라의 본질을 깨닫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겨울방학에도 펀드를 만들어 이탈리아의 로마와 피렌체,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그리스, 이집트 등을 여행하게 해 서양 문명을 이해하도록 할 것”이라며 “1학년 때 영어는 물론 두 개의 제2 외국어와 컴퓨터 언어를 중급 이상으로 해내야 한다. 글로벌 마인드, 다양성과 공감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적 생각, 소통 능력, 상호 협동 능력 등 여섯 가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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