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카카오, 줄인다던 계열사 134개로 더 늘어…조직·사업 '대수술' 불가피

■한계 다다른 문어발 확장 전략

독립경영 앞세워 신사업 열었지만

글로벌 긴축 탓 플랫폼산업 직격탄

'환불訴' 카겜 매출 21% 감소 전망

모빌리티·페이도 성장률 '반토막'

"선택과 집중, 해외서 돌파구 마련을"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국내 이용자들이 게임사 측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8월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국내 이용자들이 게임사 측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8월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100조 원을 넘었던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이 40조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7일 카카오 등 상장 4개사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해 지난해 말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면서 ‘국민주’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서둘러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는 등 카카오뱅크는 계열사들의 주주를 관리하는 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주가 급락의 원인인 ‘성장성 우려’를 카카오가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글로벌 유동성 확장 국면에서 계열사에 독립성을 보장해 신사업을 적극 개척하게 하는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 전략’이 한계를 보이면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3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682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4662억 원)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210%, 전 분기 162%로 7개의 카카오 사업 부문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올 3분기에는 성장 걸림돌이 된 것이다. 미흡한 운영이 매출 타격으로 이어진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사태, 신작 출시 연기 등의 여파다.





모빌리티와 페이 등 여타 플랫폼 신사업도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현대차증권은 이 부문 매출을 지난해 3분기보다 40% 증가한 3561억 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성장률은 71%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 사업인 ‘스토리’도 성장률이 47%에서 22%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포함한 카카오의 연결 기준 올해 연간 매출은 7조 5683억 원으로 지난해(6조 1361억 원)보다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성장률(48%)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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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급격한 성장 둔화와 주가 급락은 대외 변수에 ‘계열사 리스크’가 겹악재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카카오 계열사들은 본사의 통제력이 약한 만큼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기존 업계와의 갈등, 정치권의 규제 압박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위해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우선 챙겨야 하는 부담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골목상권 논란, 올해 초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등 모럴해저드 논란 등 계열사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올 초 계열사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만들고 7월에는 홍은택 공동센터장을 회사의 각자대표로 선임하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사태,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상장 논란이 터지면서 여전히 거버넌스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나오고 있다. 계열사 수는 “줄이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8개에서 올해 134개(8월 기준)로 여전히 증가 추세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선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선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하면서 플랫폼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카카오로서는 계열사 리스크가 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기도 한다. 우마무스메 사태는 일본에 비해 한국 게이머들을 차별한다는 불만으로 시작돼 시위, 환불 소송으로 번졌다. 카카오게임즈의 3분기를 책임졌어야 할 신작은 경영진의 초기 대응 미숙으로 양대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매출 순위에서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벌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업계와 정치권을 의식해 여전히 1200만 명 규모의 플랫폼(카카오T)을 갖고도 마땅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엔터 등 콘텐츠 부문도 “해외 계열사들의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투자를 좀 더 보수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게 카카오의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가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빌리티·페이 등 계열사 논란이 카카오의 이미지를 ‘국민 기업’에서 ‘악덕 기업’으로 만든다”며 “앞으로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때도 이런 악덕 기업 이미지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웹툰 등 글로벌 기반을 닦은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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