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한국 경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야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모든 물건의 가격이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 결정되듯 기본적으로 국제유가도 원유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공장에서 설비만 있으면 무한정 생산하는 물건과 달리 원유의 공급은 과거의 자원개발 투자규모에 따라 달라지고 수요량은 현재의 세계 경제와 직결되어 있다. 과거의 국제유가를 살펴보면 90년대 배럴당 20 달러 대였던 유가는 2004년부터 40달러대 출발로 상승하면서 그 후 약 10년간 100 달러대의 고유가가 지속됐다. 고유가시기에 높은 수익을 바탕으로 한 석유회사의 적극적인 투자는 곧 공급과잉으로 연결되었고 2014년 10월 이후 저유가시기를 맞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유가는 폭락했다. 석유수요가 감소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중심으로 한 공급자들이 감산을 단행해 공급량을 줄였고 코로나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로 석유수요의 증가로 유가는 다시 상승해 2021년 10월부터는 80 달러대로 상승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기야 다시 100달러 시대가 되었다. 세계경기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듯이 유가도 일정한 주기를 갖고 반복한다.


과거에도 15년 내외의 장기적인 유가 등락 주기가 있었다. 여기에는 석유개발의 특성이 존재한다. 석유가스개발은 투자에서 생산에 이르기 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이미 생산하고 있는 유전으로부터의 석유생산량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감소하기 때문에 선제적 투자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다. 이것이 유가가 주기성을 갖고 변하는 이유이다. 저유가시기에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10년 후 공급측면에 차질이 빚어지고 여기에 더해 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증가한다면 고유가가 다시 올 것이며 그 파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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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향후 유가는 어떻게 될까?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이 향후 국가별 에너지원구성과 화석연료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석유개발사업의 긴 개발기간과 대규모 자본투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석유가스의 공급 능력이 중요할 수 있다. 2014년 이후 급감한 석유개발 투자와 녹색분류체계에 의한 최근의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위축은 미래의 공급 측면을 어렵게 할 것이다. 만약 지속적인 석유가스수요가 유지된다면 2050 탄소중립 기간 동안에 장기적인 고유가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구역화 경향과 자국 위주의 자원민족주의의 강화는 에너지자원의 공급측면에 위기로 작동하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일부 국가의 석탄 소비 증가도 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 조절로 부터 시작됐다.

과거의 석유가스개발 분야의 투자위축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석유가스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탄소중립까지 짧게는 30년의 기간을 고통스럽게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이고 한국과 같은 에너지자원 빈국에게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이 겪을 고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한 고유가의 어려움을 수년간 장기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은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본격적인 고유가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유가가 떨어지면 공급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OPEC 플러스 국가들이 감산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고 지난 10년간의 신규투자 감소가 장기적인 석유가스공급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이 향후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가 올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고유가가 다가왔을 때 비산유국인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국내비축량을 늘리고 에너지자원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일이다. 그나마 이것도 시간이 걸린다. 국내 비축량은 길어야 3개월 미만의 사용량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해결책은 장기비축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해외자원개발을 제대로 하는 것뿐이다. 계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잘 실천하면 자원빈국인 한국에게는 자원안보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수반할 수 있는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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