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현대차그룹의 신차는 무선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시간으로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도 올해 말 1000만 대에서 2025년 20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에 모인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그룹의 구상이다.
12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비전의 핵심은 차량 성능·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최신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할 계획이다. 고객은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수 있게 된다.
개인화된 서비스도 주목된다. 우선 소프트웨어 구독형(FoD) 서비스는 내년에 일부 차종에서 출시된다. 현대차그룹이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가 상호 연결되면서 물류·쇼핑·레저·숙박 등 다양한 이종 산업을 결합한 혁신 서비스도 출시될 방침이다. 박정국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고 이동 경험을 새롭게 하도록 차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겠다”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제품과 비즈니스를 전환해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DV 개발에는 공용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적용된다. 차량 개발 복잡도를 낮춰 기획·설계·제조 등 일련의 양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을 공용화하면 차급과 관계없이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제조원가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M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를 적용한 차량을 선보인다. eM은 모든 전기 승용차 차급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현재 전기차 대비 50% 이상 개선된다. 또한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목표로 한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배달, 배송, 차량 호출 등 기업간거래(B2B)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두 플랫폼은 배터리·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한 ‘통합모듈러아키텍처(IMA)’ 체계로 만들어진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용 디바이스와 솔루션도 개발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계정만으로도 미래항공모빌리티(AAM)·PBV·로보택시·로봇 등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고사양의 커넥티드카 운영체제인 ‘ccOS’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ccOS는 고도의 컴퓨팅 파워를 통해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커넥티드카가 생성하는 대량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반도체도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업해 고성능 정보처리 반도체를 ccOS에 탑재했다. 고객이 빠르고 끊김 없는 차량 내 소프트웨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웅준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사업부장(전무)은 “올해 말 2세대 통합 제어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인 고속도로자율주행(HDP) 시스템을 공개한다”며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원격자율주차(RPP) 기능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