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기자의눈]CEO 교체가 혁신인가요

김현진 금융부 기자






“금융업 혁신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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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금융 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질문을 곱씹어 본다. 금융업 전반에서 ‘혁신’이 키워드가 됐지만 본질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더 쉽게 금융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금융업에서 절차를 간편하게만 하는 프로세스 혁신이 진정한 혁신은 아니라고 했다. 금융의 본질은 리스크 관리이고 미래에 변화하는 리스크를 누가 먼저 캐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금융업에서 혁신의 선두에 있는 곳이 디지털 보험사들이다. 디지털 보험사는 온라인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로 대면 영업 중심의 기존 보험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 두각을 나타내며 눈에 띄는 실적을 내는 곳은 없다. 국내 최초 디지털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출범 당시 5년 내 흑자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생명의 손자 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은 탄 만큼 보험료를 낸다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위기 속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 등 디지털 보험사들이 최근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장을 바꿔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신한금융그룹 산하 신한EZ손보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등장하며 디지털 보험 시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지 기대를 모은다.

대면 푸시 영업으로 이뤄지는 보험 산업의 특성상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디지털 보험사가 등장한 것은 소비자들도, 보험사들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장이 교체된 디지털 보험사들과 새로 출범하는 곳 모두 금융업 혁신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이를 현실화시키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이번에야말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디지털 보험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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