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하우스 입주 뒤 첫 데이트에서 눈이 제대로 맞은 커플이 있다. 초등학교 체육 교사 모찬솔, 패션회사 인턴 강다해. 다음 날 새 여성 출연자가 입주하고 그녀는 찬솔에게 1:1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그는 다해의 기분이 상할까봐 면전에서 거절한다. 그날 밤 다해는 "파격적이더라, 멋지다"라는 설렘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곧 찬솔은 다해의 엄청난 거짓말을 확인하게 된다. 다해는 '한 달 용돈 1,500만원' 소위 말하는 부잣집 딸이었던 것. 디즈니플러스 첫 연애 리얼리티 예능 '핑크라이' 에피소드 3화 요약이다.
‘핑크라이’ 예고편 캡처상대의 거짓을 알고나니 완전 딴 사람 같아보인다. 다해의 거짓을 확인한 찬솔의 실제 반응이다. 그녀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었다. 찬솔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결혼할 사람을 찾으러 나왔다"고 했었다. 과연, 이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편견 없는 사랑이 가능할까. '핑크라이' 남녀 출연자들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무시 당할까봐, 오해받기 싫어서 자신의 콤플렉스와도 같았던 진실 하나를 완전히 묻어두고 핑크하우스에 입주했다. 한 남성 출연자는 대기업 연구원이란 번듯한 직업이 있지만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가족들을 위해 쓰고 있다. 한 여성 출연자는 성인배우라는 숨기고 싶었던 꼬리표까지 공개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출연자들의 비밀도 많다. 10명의 남녀 출연자가 아직 다 공개되지도 않았다. 배경을 보고 다가오는 것도 싫고, 배경을 보고 멀어지는 것도 싫어서. 말 그대로 편견 없는 사랑을 하고싶어 출연한 '핑크라이'다. 이곳에서는 모두에게 한 가지 거짓말이 허용된다. 과연, 상대의 진실을 알고서도 설렐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 프로그램은 '환승연애'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CJ ENM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작한 리얼리티 짝짓기 예능이다. tvN 제작진이 만들었지만 티빙이 아닌 디즈니플러스로 매주 수요일마다 공개되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 Joy 연애 예능 '비밀남녀' 콘셉트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나 첫화부터 지금까지 '성인배우', '대기업 연구원', '부잣집 딸'이라는 혹할 만한 비밀을 하나씩 공개하며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거기에 김희철, 이선빈, 송원석, 랄랄 4MC가 같은 시청자의 마음으로 공감을 더한다.
제작진은 스포 방지를 위해 출연자들 이름을 모두 가명으로 설정했다. 시작부터 거짓이 시작되는 셈이다. 지금껏 연애 예능의 몰입도는 출연자들의 상대를 향한 진실함과 진정성이 결정해왔다. 처음 만나 자기소개 하는 순간부터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묘하면서 흥미롭다. 현실 관계 속에서도 100% 진실이란 없다고 믿는 편이기에 그 어떤 짝짓기 예능보다 진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짝짓기 예능에서는 자기 홍보를 위해 나왔다고 의심받는 출연자도 많았다. 최소한 '핑크라이'에서는 한 가지 거짓말을 빼놓고는 진실이라 믿게 되는 마법이 있다.
찬솔은 그토록 마음에 들었던 다해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뒤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계단에서 마주칠까봐 일부러 숨기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고민이 이어진다. 만난 지 3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던 사람이 전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 솔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넷플릭스 인기 짝짓기 예능 '블라인드 러브'에서는 상대의 외모가 최종 선택에 영향을 줬다. 오직 상대방의 대화 목소리만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고 나서야 상대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핑크라이'에서는 상대의 외모가 아닌 내면 혹은 그토록 감추고자 했던 진실이 최종 선택의 날, 만천하에 공개된다. 요즘은 체인도 감고(체인리액션·쿠팡플레이), 첫만남에 잠도 자는데(잠만 자는 사이·웨이브). 거짓말 하나가 과연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칠 지 결말이 무척 궁금해진다. 매주 수요일 공개.
◆시식평 -또 연애 예능이냐고? 출연자가 다르면 다른 드라마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