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며 모금한 수억 원의 후원금을 가로채고 잠적했던 택배 기사의 여자친구가 구속됐다. 앞서 경찰은 택배 기사와 그의 여자친구를 검거한 뒤 여성이 주범이라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2일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6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A씨는 남자친구인 택배 기사 김모씨와 함께 반려견 ‘경태’, ‘태희’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거액의 후원금을 온라인상에서 모았다. 또 SNS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등의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2018년부터 자신의 반려견을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는 것을 SNS에 공유해 인기를 끌었다. 반려견 경태는 회사로부터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후 올해 3월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경태와 경희가 심장병을 진단받고, 차 사고로 인해 택배 일도 할 수 없다”라며 후원금을 모집했고, 이를 돌려준다고 했으나 제대로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4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진정과 더불어 별개 고소 건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
김씨와 A씨는 약 6개월 동안 경찰의 추적을 피하다 지난 4일 대구 모처에서 검거됐다. 검거 당시 반려견 경태와 태희도 함께 발견된 것을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빼돌린 금액이 약 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져 환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금액을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조사돼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